스포츠일반

[특집]“경기장 적기 건설·사후 활용도 제고가 성공 대회 열쇠”

2018 평창, 밴쿠버에서 배우다

①캐나다 리치먼드에 지어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②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헬스센터와 농구코트, 배구장, 탁구장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바뀌었다. ③휘슬러 올림픽파크 내 스키점프대.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11월 중순의 밴쿠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캐나다는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에 올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7개 이상 획득, 종합 4위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캐나다의 전문가들은 2018평창에 대해 “경기 시설을 제때 건설하는 것은 물론, 지금부터 사후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프 멕스(Geoff Meggs) 밴쿠버 시의원은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다. 밴쿠버올림픽은 기존 시설 활용, 환경 파괴 최소화 등 지난해의 러시아 소치올림픽보다 훨씬 나은 대회”라고 자평했다.

베브 웨이크(Beb Wake) 밴쿠버 선(Vancouver Sun) 올림픽 전문기자는 “개최 당시 시민들의 생각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했지만 당시 1위 했던 것을 올림픽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평창도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밴쿠버올림픽 현장 취재는 2015 한국언론진흥재단(KPF)과 강원도 지역언론 역량강화 협업 연수를 통해 이뤄졌다.

올림픽 당시 빙속 열렸던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경기장' 생활체육시설 변신

청소년·젊은층 스포츠 쉽게 접하게 해…매년 300만 캐나다달러 이상 흑자

스키점프 등 치러진 휘슬러 올림픽파크는 여름철 활용 미미해 적자 상황

■다목적 활용공간으로 사후 활용 해답을 찾다=지난 18일(현지시간) 오전 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한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Richmond Olympic Oval) 경기장에는 스포츠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아이스링크에서는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바로 이번 주에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기 위한 막바지 훈련이었다. 아이스링크 바로 옆 농구코트에서는 한 남성이 한가롭게 슛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올림픽 이후 경기장은 다목적 체육시설로 탈바꿈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트랙은 사라졌다. 대신 국제 규격의 아이스링크 2개와 실내 농구 코트, 배드민턴장, 탁구장, 200m 육상트랙, 실내 암벽등반 시설, 헬스센터 등이 자리 잡았다. 덕분에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지역 주민 빌 스피어(74)씨는 “오벌 경기장을 통해 무엇보다 청소년과 젊은층이 스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경기장 자체가 올림픽 유산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자긍심을 확실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벌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연간 100만명의 생활체육인이 사용하고 있으며, 주민 6,000여명이 회원으로 헬스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올림픽이 열렸던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300만C$(캐나다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애런 카이(Aran Kay) 오벌 프로그램 매니저는 “올림픽 시설이지만 경기보다는 올림픽 이후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도 제때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부터 사후 경기장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이 열린 휘슬러는 지금도 고민=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실외에서 열린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 노르딕 경기와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 슬라이딩 경기는 밴쿠버에서 차량 이동으로 2시간 거리인 휘슬러에서 열렸다. 해안가에 위치해 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밴쿠버의 날씨를 고려한 것이다.

밴쿠버 역시 평창과 마찬가지로 도로와 전철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예가 밴쿠버와 휘슬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Sea To Sky Highway)다. 조직위는 올림픽을 앞두고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확장하고 새로 포장하는데 8억여C$를 투입했다.

19일 오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Whistler Sliding Centre)에서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브라질, 캐나다 등 국적도 다양했다.

한국 대표팀도 있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27일까지 휘슬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에 1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선수들은 막바지 훈련에 매진했다.

휘슬러 슬라이딩센터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리치몬드 오벌 경기장에 비해 사후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동계스포츠 강국인 캐나다에서도 이들 종목은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휘슬러 스포츠 레거시(Whistler Sport Legacy)가 운영 및 관리하고 있으며 연간 730만~750만C$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 같은 비용은 현재 자체 충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휘슬러시와 B.C주, 연방정부의 지원과 지역사회프로그램, 대회 유치 및 체험프로그램의 수익으로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등 노르딕 경기가 치러진 휘슬러 올림픽파크(Whistler Olympic Park)도 마찬가지다. 11월 중순인데도 올림픽파크 경기장은 휴업상태였다. 올림픽파크도 휘슬러 레거시가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역대 최초로 노르딕 경기장, 통제관, 기숙사 등이 한자리에 마련됐지만 경기장의 관람석은 모두 철거됐다. 유지 및 운영 비용을 고려할 때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겨울에는 각국 국가대표의 방문, 대회 유치 등으로 그나마 시설 유지가 가능한 편이지만, 여름에는 이들 시설을 찾는 사람이 고작 3,000~5,000명 사이여서 적자를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로저 손(Roger Soane) 휘슬러 레거시 CEO는 “평창도 휘슬러의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진행과 사후관리를 잘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며 올림픽 시설을 통한 많은 관광객 유치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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