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창작실에서] 춤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자유인’

무용가 백형민

◇지난 9일 춘천시어린이회관 별빛무대에서 공연 중인 백형민씨.

무용학과 나오지도 않았고

군대 제대 뒤 뒤늦게 입문

당당히 국립무용단 입단

난해한 한국무용 오해 풀고 싶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1일 오후, 백형민(44·사진)씨의 연습실이 있는 춘천시어린이회관으로 향했다.

짧은 머리에 동그란테의 안경을 쓰고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앉아 추임새를 넣고 있는 그의 모습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틀 전 어린이회관 별빛무대에서 선보였던 공연 속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림대 체육학과와 중앙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춤과는 동떨어진 그의 이력에 춤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중·고교 시절에는 춤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주변환경도 그랬기 때문에 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우연한 기회에 학생들이 추는 탈춤을 보고 매료돼 무작정 동아리 문을 두드렸습니다. 탈춤을 접하면서 한국의 정서나 정감 한국문화에 대해 눈이 열린 것 같습니다.”

의외의 답이었다.

당연히 어려서부터 춤에 소질이 있었고 여러 상을 휩쓸면서 학창시절을 보내 물 흐르듯 이 자리에 왔노라는 예상 답안이 완전히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남자가 인생에서 한 가지 목표는 정해서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춤에 대한) 의지를 다졌던 것 같습니다. 제대를 한 후 늦은 나이지만 과천에 있는 무용연구소에서 살다시피 연습에 몰두하면서 비로소 무용에 입문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레 국립무용단 입단을 꿈꾸게 됐다.

무용학과를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오히려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춤에 빠져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다가왔다.

매일 10시간이 넘는 연습과 세 번의 도전 끝에 1995년 결국 남자단원 13명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무용학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젊은 나이도 아닌 상태에서 국립이라는 타이틀은 저에게 매우 절실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알고 있는 단체에 들어가 자연스레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국립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안무를 맡고 지난달에는 국립무용단 정기공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틈을 내 그의 연습실에서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춤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갖고 있는 춤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왜 춤을 추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춤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 춤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 강하게 비쳐진 모습도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오전 10시 국립무용단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면서도 그는 춘천에서 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작은 꿈을 키워가고 있다.

무작정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한국무용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는 요즘 대학원에서 배운 교육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춤을 관람하는 방법이나 극장 에티켓 등 교육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지난해 ‘동행’ 공연이 못내 아쉬워 12월께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는 그의 머릿속은 온통 춤으로 가득 찬 듯했다.

“결국 춤을 통해 나 자신의 자유를 찾고 세상과 소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야만 관객들도 감동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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