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9445>

살육자들 ⑦

리카온의 살육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만큼 죽이고 그만큼 먹었으면 배가 불러 죽이는 일을 그만둘 것 같기도 하나 그렇지 않았다. 리카온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일부 리카온은 돌아갔다가 이내 되돌아왔다. 그들은 소굴로 돌아가 먹었던 먹이를 토해내 몰려드는 새끼들에게 주고 다시 돌아왔다. 그러면 배가 부른 다른 무리가 또 소굴에 돌아가 먹이를 다 토해내고 다시 살육판에 끼어들었다. 캡틴 아란은 총이 있었으나 살육자들을 말리지 않았다. 자연보호구역의 관리인은 야생동물 간의 싸움에 끼어들면 안 된다. 그건 야생 생태계를 파괴하는 짓이다. 야생짐승들 간에 참혹한 살육이 벌어진다고 관리인이 끼어들면 안 된다. 야생 생태계의 질서는 인간이 잡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잡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영양 등 초식동물들의 번식이 지나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리카온 등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의 새끼를 잡아먹어 초식동물의 수를 조절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살육이 생태계의 질서를 도와준다는 말이었다. 캡틴 아란은 그런 자연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야생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규칙이었다.

살육행위는 리카온만 하는 짓이 아니었다. 피냄새를 맡고 독수리들이 날아왔다. 수백 마리나 되는 대머리독수리가 살육현장 상공에서 난무를 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또 다른 살육자를 불러들였다. 하이에나들이었다. 수십 마리의 하이에나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왔다. 아직도 출산 중인 영양들이 여기저기에 있으며, 하이에나는 먼저 온 리카온을 내버려두고 다른 영양을 잡아먹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이에나는 영양들을 죽이고 있는 리카온에게 덤벼들었다. 하이에나는 리카온을 쫓아버리고 그들이 잡아놓은 먹이를 약탈하려고 했다. 어쩌면 그 넓은 영양의 집단 출산지를 온통 점령하려는 의도인지도 몰랐다. 당하고만 있을 리카온이 아니었다. 리카온도 먹이를 하이에나에게 넘겨주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리카온은 영양 새끼들을 잡아먹는 일을 중단하고 일제히 하이에나에게 덤벼들었다. 그게 아프리카 살육자의 습성이었다. 피를 뿌리면서 살육을 하고 있는 포식자는 그런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수십 마리의 하이에나와 리카온이 난투를 벌이고, 그 머리 위에서 독수리들이 그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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