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5년 만에 한 안전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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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2015년 저수지·댐 안전관리위 구성

올 6월4일 첫 회의, 기후변화 제대로 대응 못 해

'통합 가이드라인' 마련해 나가야 할 때

강원도는 올 6월4일 도청에서 강원대 등 토목공학, 건설 분야의 교수, 한국수자원공사, 강원연구원, 환경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저수지·댐 안전관리위원회'를 열었다. 문제는 이 위원회가 2015년께 구성됐지만 5년여간 실제 회의가 소집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는 데 있다. 그간 자치단체와 댐·저수지 운영주체 간 공조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드러난 대목이다. 그러니 의암호 참사와 철원의 저수지 범람 등은 이미 예견된 피해였다. 물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본보가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한 위원은 “수자원공사는 다목적댐,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용 댐,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으나 도에서는 별도 관리하지 않아 민관의 연계가 부족하다. 도내만이라도 일원화가 필요하고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저수지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에 축조돼 도내 전체 저수지 전반에 대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년에 한 번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지적 사항이 나왔다. 위원회를 자주 소집해 의견을 들으면 안전사고는 그만큼 줄여 나갈 수 있다. 위원회는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정책 추진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등 분명 순기능이 있다. 도는 이를 활용하기는커녕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것 아닌가. 물론 그간 각종 위원회가 설렁설렁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와 자치단체 정책의 들러리 역할을 하거나 심지어 공무원들의 정책 실패 책임 전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물·안전과 관련된 위원회 운영은 달라야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4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보듯 인류는 고대로부터 물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홍수나 가뭄을 비롯해 다양한 재해로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많은 피해를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물과 관련된 재해들은 그 발생 빈도와 규모가 더 잦아지고 커져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도는 '저수지·댐 안전관리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댐과 저수지의 운영주체가 나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번 의암호 참사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운영주체가 제각각이다 보니 댐 방류에도 선박 운항 중단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댐은 한국수력원자력, 다목적댐과 용수전용댐은 한국수자원공사, 저수지는 규모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와 시·군이 나눠 관리한다. 기후변화로 일상이 뒤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수십년 전부터 해 오던 관리 형태를 고집한다면 안전사고는 막을 수 없다. 차제에 도는 기존 위원회의 존치 당위성을 그 특성이나 변별성으로 깊이 따져야 한다. 주민의 안전과 관련된 위원회는 더욱 활성화시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도정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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