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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한국 SF영화의 미래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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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박사

강원도를 대표하는 독립장편영화제, 춘천영화제가 올해는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를 테마로 열린다.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F영화제로의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미래지향적이다. 과학적 내용과 공상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이뤄질 개연성이 있는, 과학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SF 불모지에 가깝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SF작가, SF소설, SF영화가 많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과학문화 전문기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융합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과학과 문화의 접목을 시도해 왔다. 2009년에는 과학기술진흥기금 예산을 확보해 이른바 '융합문화'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과학과 인문예술을 융합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인들이 쉽게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시각화하는 과학시각화, 과학기술 테마의 시놉시스나 스토리를 개발하는 과학스토리텔링, 과학 소재를 연극, 콘서트, 뮤지컬 등 대중에게 친숙한 문화예술 형태로 만드는 융합창작공연 등 세 분야로 나눠 첫해부터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과학인문예술융합콘텐츠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매년 계속된 지원 덕분에 양질의 과학연극, 미디어퍼포먼스, 과학만화, 과학스토리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2018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창의재단이 '과학문화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과학문화 콘텐츠를 산업적으로 육성하겠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내놨다. 2019년 과기정통부의 과학문화사업 시행계획에는 과학문화 확산을 넘어 과학문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해 과학창의재단은 뇌과학,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 소재의 시나리오, 대본 창작활동 21건을 지원했다. 2020년에도 지원사업은 계속됐고, SF스토리 창작과 SF영화 제작 과제 몇 편이 선정돼 현재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웹 드라마 제작에 적합한 SF시나리오를 공모하는 '싸이언-스토리'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SF영화 제작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엄청난 제작비가 드는 블록버스터 SF영화 제작 지원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SF영화가 문화산업으로 성장하려면 SF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과학문화 저변 확대부터 착실히 이뤄져야 한다. 그런 후 원소스 멀티유스(OSMU)로 활용 가능한 SF스토리 창작 지원이 만화, 웹툰, 드라마,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020 춘천영화제를 계기로 춘천시가 SF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를 바란다. SF 지원은 연구개발과 문화산업 지원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SF는 공상과학을 넘어 우리나라의 과학(Science)과 미래(Future)를 보여주는 희망의 청사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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