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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석탄을 통한 남북교류·협력…평화경제의 밑돌 역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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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70주년 맞은 대한석탄공사 유정배 사장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왼쪽)은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남북 석·연탄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석공의 경험·지식 남북 경협에 활용

北 가장 원하는 게 석탄의 원활한 공급

북한 경제에 활력·양국 신뢰 높일 기회

남북강원 교류에도 중요 매개체 전망

국내 석탄 산업은 한계… 극복 방안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산업 전환에 최선

사회적경제기업 비롯 다양한 실험 진행

지역 사회 위한 공헌도 더욱 앞장설 것

대한석탄공사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석공은 1950년 11월1일 6·25전쟁 중에 설립돼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 그리고 산림녹화에 공헌했다. 70년간 1억9,200만톤의 석탄 생산을 통해 숯과 장작에서 연탄으로 에너지를 전환, 우리 국토를 푸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석탄증산정책이 시작된 1956년부터 산림녹화정책이 종료된 1987년까지 산림녹화에 대한 석공의 공익적 기여 가치는 약 32조원으로 조사됐다. 유정배 사장에게 70주년의 의미와 사회가치 실현, 새로운 소명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의미와 석공의 기능과 역할을 소개해 주십시오=“올해 우리 공사는 70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70주년은 개인 인생사로 봐도 의미 있는 나이입니다. 지난 70년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향한 헌신의 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 공사는 석탄광산의 개발 촉진과 석탄의 생산 가공 판매 및 부대사업을 운영해 석탄 수급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1950년 우리나라 공기업 1호로 설립됐습니다. 무연탄을 생산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습니다. 석탄 없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한 조직이 국가경제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석공이 석탄을 통한 남북 교류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정치·군사적 남북관계가 잘 안 풀릴 때는 경제·문화적 교류가 협력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석탄의 원활한 공급과 보급입니다. 석공의 경험과 지식이 남북 경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북한의 석탄생산은 목표 달성에 이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석탄 증산이 절대적인 상황인 것입니다. 석공 기여로 북한 경제 수준을 향상하고 남북 간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상호협력 경제구조가 만들어지면 나아가 동북아시장을 통합해 나가는 큰 사업구상도 할 수 있습니다. 석탄이 평화경제의 밑돌을 놓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석탄 교류가 강원도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렇습니다. 이런 관계는 강원도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북강원도에 연탄을 지원한다든지 북강원도와의 철도, 도로 개설 시 이를 자원 에너지 통로로 활용하는 등 석탄이 남북강원도 교류의 중요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평화특별자치도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겁니다. 북방경제시대에 강원도가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 이런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중심적인 사항이 석탄 중심의 남북강원도 협력인 것입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석탄공사가 남북 강원도 간 경제협력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겠군요=“지금까지 남북 강원도 교류가 스포츠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투자를 통한 남북 간 경제 분업체계 구축을 이뤄 공동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북고성이나 원산에 민생에너지 연탄 공장 합작투자 가능성도 적지 않아요. 이는 북한 석탄 생산기반 확충 및 물류 등 운송기반 개선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해 춘천~원산 간 교통망 설치 등을 한다면 춘천 발전의 장애물인 지정학적 고립을 해결하면서 원산과 동반성장의 계기도 마련하게되고 북강원도와 산업적 분업 체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경제지도가 확 바뀌는 것이지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석탄산업의 한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데, 극복 방안이 있을까요=“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의 협조를 통한 조사에 따르면 32년간 석공은 약 1억3,000만톤의 석탄을 생산, 나무를 대체해 산림녹화에 공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익적 경제가치로는 매년 1조원의 무형의 가치를 국민에게 되돌려준 셈입니다. 아직까지 석탄산업의 긍정적 요인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석탄산업도 그리고 공사도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역사는 끝났고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가지고 전환의 시기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석탄산업 사양화로 직격탄을 맞은 폐광지역을 되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할 텐데요=“석탄산업이 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 지역 주민인 공사 노조 조합원이 주축이 돼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들어 우리 공사 산업유산을 활용, 일자리 창출 및 지역 회복력 제고가 가능하도록 추진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있습니까=“우선 도계에 있는 석공 본관 창고 2동을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입니다. 태백 제2수갱부지 유휴공간을 활용, 노조 중심의 지역 살리기 경제주체를 만들고 주민 주도 지역경제 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공 소유 임야에서 채취한 임산물을 가공해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에 공급하는 방안 등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피해를 주민과 노조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역량 강화입니다. 이 과정에서 석공은 자원,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정의로운 석탄산업 전환이라고 확신합니다.”

■코로나19로 지역이 어렵습니다. 공기업으로 지역을 위한 석공의 역할도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입니다. 강원도 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소상공인 광고 응원 캠페인'을 펼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도내 소상공인 23명의 신청을 받아 직접 가게를 찾아가 광고 영상을 촬영, 방송을 통해 가게를 홍보해 주는 캠페인으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올 9월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산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노사 합동 기부금 5,173만원을 모아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습니다.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경영평가 성과급 및 4개월간 임원 급여의 30%를 모은 것입니다. 산하 광업소 소상공인 업체 24곳에 대한 임대료도 올 8월부터 연말까지 전액 면제해주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공기업 사회적 가치 실천에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임기도 절반이 지났는데, 사장으로 이 일만큼은 꼭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남북 경협의 첫 단추를 끼우고 싶습니다. 연탄과 윤전기를 지원하는 등 북한 주민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도록 북한 민생에너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폐광지역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경제주체를 형성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한 말씀 해 주시지요=“정부 산하기관이지만 석공이 하는 사업은 필연적으로 강원도가 나아갈 방향과 맞물립니다. 석공의 미래가 강원지역 미래비전과 연결되고, 더욱이 가장 아픈 부분인 폐광·접경지역의 자립적 경제기반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공이 지난 70년간 했던 일 역시 강원도에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강원도와 석공은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강원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공공기관 지역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남북 경협 구체화 과정에서도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주=김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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