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년특집]집안을 일으키는 자산이자 농경사회 노동력의 원천…인간과 뗄 수 없는 평생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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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소의 해

◇이중섭 '흰 소(1955년 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가 저물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가 밝았다. 육십갑자 중에서 38번째 순서다.

우리 조상들은 특정 색을 나타내는 10천간(天干)과 동물을 상징하는 12지지(地支)를 결합한 간지력(干支曆)으로 한 해를 기록해 왔다. 한 해를 상징하는 색의 경우 음양오행 중 오행인 나무(木·청색), 불(火·적색), 흙(土·황색), 쇠(·백색), 물(水·흑색)에서 비롯된다. 오행을 다시 천간으로 바꾸면 나무는 갑을(甲乙), 불은 병정(丙丁), 흙은 무기(戊己), 쇠는 경신(庚辛), 물은 임계(壬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신(辛)은 백색에 해당된다. 지난해 경자년이 '흰 쥐의 해'인 이유이기도 하다.

2021년은 흰색을 의미하는 천간의 '신(辛)'과 소를 상징하는 지지의 '축(丑)'이 합해 신축(辛丑), '흰 소'의 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흰색 동물의 해를 다시 맞이하기 위해서는 9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해는 바로 2030년 경술년(庚戌年), '흰 개의 해'다.

2009년 황색 소의 해 '기축년(己丑年)'에 개봉한 다큐영화 '워낭소리'에서 고(故) 최원균 할아버지의 40년 지기 늙은 소가 보여준 모습처럼 우직함과 근면성은 소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다.

또 평창 출신 이야기꾼 김도연의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등장하는 소 '한수'처럼 소 한 마리는 한 집안을 일으키는 자산이었고 동반자이기도 했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의 원천이었고, 소중한 식량이 되기도 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가 바로 소였다. 요령 부릴줄 모르는 소의 근면성은 12간지의 순서가 정해졌다는 설화(유교 황재설)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랜 옛날 하늘님이 짐승들을 소집해 정월 초하루 세배를 하러 오는 순서대로 등수를 매겨 상을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소는 자신의 느린 걸음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잠이 든 사이 출발하게 된다. 소는 동이 틀 무렵 하늘님의 궁전 앞에 도착하게 되고 문으로 들어갈 채비를 한다. 그 순간 소 등에 몰래 올라타 있던 쥐가 잽싸게 내려 1등을 차지한다. 어쩔 수 없이 소는 2등이 되고 뒤를 이어 도착한 호랑이는 3등, 도중에 깜빡 잠이 든 토끼는 4등이 된다. 이후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차례로 도착한다. 그래서 소는 12간지에서 두 번째 순서에 있게 됐다고 한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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