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나는 이런 '꼰대'가 되고 싶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김진하 양양군수

요즘 세상은 소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얼마 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90년생이 온다'와 이 책의 공무원 버전이자 공직사회의 소통 통로가 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가 연일 화제다.

이 책들은 다소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에 치우쳐서 서술된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고, 기성세대의 소유물들은 부적절하고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고 서술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1970년대생인 한 공무원은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한 피로감을 느꼈다'고 하기도 했다.

1990년대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어느 때보다 많이 지원해 '9급 공무원 세대'라고도 불린다. 우리 조직에도 1990년대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기 마련인데 그 안에서 기성세대는 조연으로 남지 못하고 '꼰대'라는 이름의 카메오로 종종 등장한다.

일방적인 공격 탓이었을까. '요즘 것들'의 만행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꼰대들은 '빡침'을 호소했다.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며 큰소리쳤지만 무작정 꼰대가 되자는 말은 아니고 인간미 넘치는 꼰대가 되자며 한발 뺀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해 일명 '직장송'으로 불렸던 둘째 이모 김다비의 '주라주라'가 큰 인기를 모았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주라. 낄낄빠빠 가슴에 새겨주라. 가족이라 하지 마라, 내 가족은 집에 있다. 야근은 하지 마라.” 대충 이런 가사였다. 궁금해 찾아봤더니 역시나 작사가(김신영·1983년생)가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의 가장 큰 특징은 '선사후공',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하고 퇴근 후에는 '돈 터치 미(Don't Touch Me)'다. 회식은 점심시간에도 가능하며 메뉴는 개취(개인취향) 존중, 업무 외 질문은 사생활 간섭이라고 여긴다.

오전 9시가 다 돼도 정문으로 당당하게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는 같은 장소에 존재하지만 휴대폰 속 다른 공간에 가 있다. 사무실 커피는 영 입맛에 안 맞고, '칼퇴'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하며, 오후 6시 '퇴근송'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직장 현관을 나선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거나 아니꼽기도 하다. 어쩌면 '밀레니얼'이라는 두루뭉술한 언어로는 이러한 개개인의 행동을 다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솔직히 개인주의, 이기주의, 당당함, 솔직함의 경계도 세대 간 차이보다는 개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영꼰(젊은 꼰대)도 있고 얄밉지 않은 꼰대도 있으며 자숙 기간이 필요한 꼰대도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꼰대력'은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라떼는 말이야~'는 꼰대를 특정 짓는 대표적인 말이 돼버렸다.

필자도 이제는 젊은이보다는 꼰대에 어울리는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가 쌓였고 사회적인 경험도 쌓았다. 그럼에도 요즘 세대들의 당당함이 가끔 부럽기도 하고 그 무리에 스며들고 싶기도 한 것을 보면 나는 '슈퍼 꼰대'는 아니다. '인간적인 꼰대'다. 레알 따듯한 “나는 이런 꼰대가 되고 싶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