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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父子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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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석 시인 '아버지의 낫'

삼척 출신 심동석 시인이 첫 시집 '아버지의 낫'을 상재했다. 오랜 시간 꿈꿔온 시인의 세계, 그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낮의 잠' '민들레꽃' '소묘 속의 비' '죄와 벌' '대낮' 등 5부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인생을 그려낸 작품 85편을 펼쳐보인다. 일상 속 머무는 소재들은 그의 소박한 필체를 만나 편편이 아름다운 순간을 빚어내고 있다. 산촌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은 심 시인의 근원이 되고, 갱도에서 나눴던 생(生)의 기로는 잔향(殘香)으로 남아 깊이를 더한다.

시집의 표제작으로 이름을 올린 '아버지의 낫'이 특히 그렇다. 밭머리에서 칡을 캐다가 낫 하나를 '찾았다'는 그의 표현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오롯이 드러낸다. 보릿고개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밤낮없이 논과 밭을 달려야 했던 그 시절의 아버지, 심 시인은 그와의 사이를 '주웠다'기보다는 '찾았다'고 말한다. 평생 다가갈 수 없는 평행선을 걸으리라 생각했던 '부자(父子)'의 끈이 비로소 닿는 순간이다.

경동 상덕광업소의 소장으로 일했던 경험도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짙은 탄가루를 얹은 듯 짐작할 수 없는 누군가의 슬픔은 뜨끈한 울먹임을 타고 가슴에 와닿는다. 닷새 만에 갱구로 돌아온 마지막 숨결, 그 끝에 신음하는 메모지 한 장. 심 시인은 끝없이 뭉그러진 호흡을 '여보잘사라 딸아이는 간호사/ 작은 놈 - 으, ㄴ…….'로 줄였다. 이외에도 불을 가져온 죄로 간 대신 폐를 내어준 이름 모를 영웅들, 아직도 청무같이 자라야 할 아이들을 위해 불을 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인 작품 '죄와 벌' 등이 심 시인의 시적 자아가 형성된 과정을 밝힌다.

심 시인은 “먼 길 돌고 돌아왔다”며 “오래 꿈꾸던 길 이제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문학시대로 등단했다. 해가 刊. 142쪽. 1만원.

김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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