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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저마다의 색깔로 피어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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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도교육감

도교육청에 전입하는 직원들이 첫 출근 하는 날, 교육감이 직접 인물 사진을 찍어준다.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농담도 건네며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분위기가 편안해지고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며 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한다. 만나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법인데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워졌다.

학교는 만남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어서 만남의 공백이 교육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OECD는 지난해 9월, 교육 공백의 손해를 경제적 비용으로 계산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습공백을 3분의1로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남은 세기 동안 약 1,677조원으로 계산됐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성 발달 기회 상실,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 부족한 신체활동 등으로 인한 계량화할 수 없는 피해는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모든 이에게 동시에 닥쳤지만 그 피해는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당연한 듯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원격수업 참여도는 낮고 스마트폰 의존도나 끼니 거르는 빈도는 높다는 이야기를 여러 선생님에게서 듣는다.

건강불평등의 저자 리처드 윌킨슨 교수는 2020 NPO 국제 콘퍼런스에서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건강, 사회, 아동복지, 학교폭력, 사람들 사이의 불신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공교육이 어떤 지향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교육 투자와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교육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아직도 특정 대학 입시 결과를 잣대로 교육을 평가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안타깝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무한 경쟁을 불러온다. 마치 냉전시대의 끝없는 군비 경쟁과 같다. 좋은 점수를 위해 점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지만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다수의 패자를 만드는 교육은 국가 발전에도, 개인의 행복한 삶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영원할 수 없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교육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사회를 탐색할 나침반과 도구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며 그 핵심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에 바탕을 두고 나와 타인의 삶을 함께 고양할 수 있는 창의성, 문제해결력, 협동, 책임, 갈등관리 같은 역량을 기르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쓰고 있는 '학력'의 개념을 다시 살펴야 한다. 학생들마다 개성과 역량이 다르기에, 학력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백 명이면 백 개의 다른 의미로 이해돼야 한다.

언제 봄이 오나 싶었는데 벌써 꽃이 지고 있다. 봄에 피는 모든 꽃을 좋아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역시 각양각색의 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핀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 꽃들처럼 아이들의 개성과 역량이 저마다의 빛깔로 빛나게 하는 교육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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