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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신호등]원주는 `갭투자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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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영 원주주재 차장

A씨는 요즘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찌감치 갭투자를 시작한 그녀는 강원원주혁신도시, 무실동, 단구동 등 원주에 아파트를 3채 가지고 있고, 얼마 전에는 원주기업도시에 새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도 당첨됐다. 불과 지난해 초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반응은 ‘그러다 큰일 난다’ ‘관리하느냐 귀찮겠다’ 등 우려 또는 무관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A씨 주위는 투자 방법을 묻거나 아파트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름 친하게 지내는 터라 아파트를 사라고 하던 A씨의 말을 듣지 않은 게 후회가 되는 요즘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시작된 원주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불안감을 양분 삼아 지역 내 분위기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달아오르는 듯하다. 다음 달 분양을 앞둔 무실동 아파트 청약에서 특공을 노리겠다며 혼인신고를 서둘러 한 지인도 있고, 또 다른 이는 매일 지역 내 아파트 신고가 자료를 단톡에 올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원주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사상 최초로 2억원대를 넘어섰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9월 기준 원주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551만원 급등한 2억187만원으로 조사됐다.

원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배경으로는 아파트 매물을 싹쓸이하던 외지 투기세력이 꼽힌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원주는 최근 3개월 외지인 매매 증가지역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거래 3,125건 중 1,010건(38.4%)이 외지인 거래로 원주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10명 중 4명은 외지인인 셈이다. 투자 수요가 규제 무풍 지역인 원주로 몰리면서 주민은 주거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 중순 서울에서는 문재인 집값 폭등에 분노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무주택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으로 집값을 되돌려 달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한 적도 있었다. 2017년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당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매도를 권유했고,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은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자고 나니 집값이 뛰어 수천만원, 수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부러워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때 살걸’하며 후회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최고의 민생 문제이면서 개혁과제다. 정부는 또다시 최근 주택시장의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고 진단하며 주택 공급속도 제고, 부동산 관련 유동성 관리 강화 등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했던 것을 겪은 학습효과(?) 탓인지 신뢰는 가지 않는다. 근시안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으로는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들리고, 원주는 ‘갭투자 맛집’이라고까지 불리는 현실에 쓴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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