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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폐지 누굴 위한 결정인가"…현직 판사 내부망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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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윤창호법 폐지 누굴 위한 결정인가"

헌법재판소가 25일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이나 1천만∼2천만원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현직 법관이 비판 의견을 내놨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A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위 법(윤창호법)을 그대로 적용해 재판을 진행했던 재판장으로서 과연 헌재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헌재의 발상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10년 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이어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만원 이상, 집행유예, 선고유예까지 가능한 형벌 조항이 너무 무거워서 위헌이라는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단순 위헌으로 인한 뒤처리는 순전히 법원과 검찰의 몫"이라고도 했다.

A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단순 위헌으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큰 혼란을 일으킨 것이 진정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엄벌의 의지를 계속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2018년 12월 24일 개정돼 지난해 6월 9일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구 도로교통법 148조의2의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윤창호법'에 대해 25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수사와 재판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이날 심판 대상을 현행이 아닌 '구 도로교통법'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12월 24일 개정된 뒤부터 2020년 6월 9일 다시 바뀌기 전까지의 도로교통법(도교법) 가운데 148조의2 제1항이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를 금지한 도교법 44조 제1·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여기에서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과잉 처벌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런 결정의 적용을 우선 받는 사람은 이미 구 도로교통법으로 처벌이 확정된 경우다.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헌재가 특정 법률이나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선고가 확정됐으나 아직 집행 전인 사건은 처벌형 집행을 면제한다. 집행이 진행 중이라면 남은 집행을 없던 것으로 한다.

처벌을 다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일단 음주운전을 한 이상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다시 유죄 판결을 받겠지만 가중처벌은 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반복 음주운전 가중처벌 조항이 구 도로교통법에선 효력을 잃었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거의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다.

구법이나 신법이나 내용상 유사하지만 헌재가 '2020년 6월 9일 개정 이전'으로 선을 긋고 위헌 심판을 한 이유는 기본권을 이미 침해당한 사람만이 위헌 심판을 신청할 수 있는 헌법소원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는 아직 가중처벌 조항이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 취지가 아직 살아있는 현행 조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 수사기관은 현행 조항이 위헌이라고 전제하거나 없는 셈 치고 일반 음주운전 처벌 조항 등 다른 법을 적용할 것"이라며 "처벌 수위가 다소 낮아질 뿐 큰 혼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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