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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청년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 보람…조만간 세계 1등 기업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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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이 만난 사람 - 강원 창업생태계의 사령탑 내려놓는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한종호 강원경제혁신창조센터장이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퍼스트 펭귄이 돼야한다”며 청년창업자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7년3개월간 혁신센트 이끌며 미래성장동력 확보 매진 15일 퇴임

창업자 교육기회 부족…강원일보 CEO 아카데미가 긍정적 역할

도전·선도적 기업의 시대 '감자밭'등 성공사례 계속 이어질것

사실상 공짜로 주는 대신 기업에 숙제로 작용하는 ‘보조금'은 독

수직적 지역 지원기관 경쟁력 약화…수평적 협업 구조로 바꿔야

퇴임후 일단 쉬고 싶어…전남 출신이지만 강원도서 살아볼까 생각

2015년 5월 강원도 내에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가 출범했다. 국내 최고 IT기업인 네이버와 강원도 등이 함께한 혁신센터의 첫 수장은 당시 한종호 네이버 파트너센터 이사가 맡았다. 이후 한종호 센터장은 7년3개월간 혁신센터의 홀로서기와 강원도내 창업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그리고 오는 15일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혁신센터에서 만난 한 센터장은 한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센터장으로부터 센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그동안 소회를 듣고 싶다=“네이버에서 근무하던 2015년 1월 첫 업무를 맡은 뒤 강원도청 산하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추진단으로 파견을 왔다. 당시 강원테크노파크 3층에서 강원도청 공무원들과 일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센터장을 맡으면서 가장 큰 소득은 지역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남 순천 출신 촌놈이지만 사실 어릴적 기억만 있다. 센터를 이끌면서 로컬에 대해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강원도에서 발견했다. 두번째는 민간에 이어 공공기관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강원도가 굉장히 많은 잠재적인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유·무형의 인적자원이 많은데 그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잠재적인 자산을 끌어낼 방법은 무엇인가=“공부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한국의 40~50대는 2,000년 역사상 딱 네번밖에 없었던 산업혁명을 모두 겪은 세대다. 그들은 앞서기보다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상 공부해야 한다. 지역 단위에서의 공부가 필요한데 다소 부족해 보인다. 특히 춘천의 경우 도청 소재지인데 조찬포럼 하나 없다. 혁신을 위한 소모임, 커뮤니티 활동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강원일보의 CEO아카데미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사회 엘리트들이 공부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이 있다면=“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스스로 보람찼던 순간은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등장한 청년 창업자'로 불리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기존에는 그저 소상공인 또는 1인 창업자로 분류됐었다. 소상공인으로 간주돼 지역을 이끌 미래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요즘은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퍼스트 펭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가장 위험한데 무엇인지 모를 것에 발을 뻗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 시도가 혁신이라고 본다. 강원도가 가진 자원 중 무엇이 세계 1등이 될지 모른다. 그 수만명의 로컬 크리에이터 중에서 똘똘한 한 명이 나올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1등은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

■기억나는 성공 기업은=“‘감자밭'이다. 양구에 공장이 있는데 지역의 아주머니와 할머니 80명 정도가 일을 한다. 이들이 월급을 받아 자식과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는 능력을 갖추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지원의 대상이 아닌 생산의 주축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민들에게 구매력이 생기면서 군장병들에게 의존하던 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속초의 칠성조선소, 양양의 서피비치, 영월의 그래도팜 등도 기억이 남는다. 이들 기업은 지역의 잠재력과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큰일들을 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을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다.”

■센터의 주요 성과 중 창업 펀드가 눈에 띈다=“지금까지 강원도와 시·군의 지원 정책은 90%가 보조금이고 10%가 보증이었다. 보조금은 사실상 공짜로 주는 것이지만 기업에게는 독이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아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 보조금은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그 돈이 일종의 필요악이 된 셈이다.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중요한 곳에 쓸 수 있는 기회를 막는 효과도 있다. 보조금마다 제시된 숙제를 하느라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해야 할 과제들을 후순위로 미루게 된다. 결국 기업들은 투자를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가 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해 250억원에 이르는 청년창업 펀드를 조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보조금 위주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전국적인 모범사례다. 성공을 원하는 기업은 투자를 받기 위해 자신의 몸값을 증명해야 한다.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높은 가능성을 지닌 기업이 있다면=“춘천의 ‘더 픽트'가 있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소풍벤처스와 혁신센터가 투자했다. 춘천과 홍천 사이에 위치한 수산물 연구소인 ‘한국수산기술연구원'도 주목할 만하다. 육지에서 민물 양식을 하는 회사인데 ‘스마트 아쿠아 팜'을 운영한다. 강원도와 함께 연어를 치어 때 바다로 보냈다가 다시 잡아와 가공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밸류체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센터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지원 방법이 있다면=“지역의 지원기관들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자치단체와 모든 기관이 수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기관은 지휘를 받는 곳이 있고 수직적이다. 그러나 각 기관들의 수평적인 협업은 잘 안 된다. 소위 각자 돈지갑이 다르기 때문이다. 협업 하기보다 경쟁을 한다. 어떤 유망한 사업이 있다면 겹칠 정도로 경쟁한다. 비슷한 성격의 국비가 자치단체로 내려와 비슷한 사업으로 쪼개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에 돈이 없어 사업을 못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 못 한다. 각 마을마다 비슷한 사업이 넘쳐난다. 하나로 묶어서 쓰면 더 효율적인데 아쉽다. 수평적 협업이 잘 되는 구조를 갖춘다면 지역 창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

■퇴임 후 계획은=“쉴 텐데 아무것도 안 할지는 모르겠다.(웃음) ‘쉬겠다'는 것이 로망이다. 33년의 직장생활 동안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안 쉬고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일과 삶, 쉼의 밸런스 등 그런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많이 쉬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로망이다. 전남 순천 사람이지만 정작 뭔가 몰두하고 집중한 곳은 춘천이다. 춘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 애정을 많이 갖게 됐다. 강원도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있다. 일을 하게 된다면 강원도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경제부장

■한종호 센터장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를 받았다. 시사저널 기자, 문화일보 기자, NHN(주) 정책실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취임 이후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개척, 혁신형 청년 창업가 발굴·육성,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발굴·지원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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