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방문해 욕설·협박까지
극심한 스트레스 시달려
녹음기 부착 공무원증 배부
전화 자동녹음 시스템 구축
공무원들 “적극적 보호 필요”
춘천의 사회복지 업무 담당 공무원 A(여·24)씨는 지난해 8월 복지센터로 걸려 온 전화로 협박을 받았다. 민원인 B(61)씨는 “내가 동사무소를 부수든, 불을 지르든, 죽여 버릴 테니, 살고 싶으면 도망가라. 안 도망가서 죽으면 너네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B씨는 복지센터에 술에 취한 상태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나타나 15분간 욕설을 퍼부었다. 춘천지법은 최근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원도 내 지자체들이 이 같은 ‘악성 민원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폭언, 욕설, 난동 행위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 장비들까지 투입되고 있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춘천시는 올 7월 중에 ‘녹음기가 부착된 공무원증'을 573명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전체 직원 중 30% 정도다. 자체 수요 조사 결과 민원인 방문이 잦은 복지, 교통, 세금, 건설·건축 분야 공무원이 상당수 신청했다. 읍·면·동주민센터의 경우 전체 직원의 50%가 신청했다.
민원인이 폭언, 욕설을 했을 때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녹음기가 부착된 공무원증'은 지난해 8월 삼척시 공무원 노조가 조합원 850명에게 배부하며 도내에 처음 도입됐다.
원주시도 악성 민원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민원인이 폭언을 할 경우 전화상의 단축키를 누르면 고지 멘트가 나가면서 자동 녹음되는 시스템이다. 원주시가 지난해 자체 조사한 결과 공무원들의 욕설, 폭언 피해는 468건 접수됐다. 속초시는 올 1월 ‘웨어러블캠(바디캠)'까지 도입했다. 19개 부서에 29대가 배부됐다.
경찰, 소방공무원들이 주취자 대응을 할 때 쓰는 바디캠까지 써야 할 정도로 지자체 민원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전입신고 불가 통보에 불만을 품고, 속초시내 한 주민센터를 방문해 담당 공무원에게 30㎝ 스테인리스 봉을 휘두르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C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시·군 공무원 노조 관계자들은 “하루에 수~수십건의 악성 민원인들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는 공무원들도 있다”며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로부터 더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