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안종범 영장청구때보다
강요·강요미수 혐의 추가
정호성 180건 문건 유출
공무상 비밀 47건 포함 확인
검찰 수사 발표를 통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가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고 사실상 청와대를 민원창구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죄 등 혐의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강요미수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강요·강요미수 혐의 추가=이들에게는 구속영장 청구 때보다 강요·강요미수 혐의가 각각 추가됐다.지난해 10월 최씨가 설립한 신생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가 현대차그룹과 KT 광고를 다수 따냈던 배경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강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안 전 수석은 현대차그룹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70억원 규모의 광고를, KT가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주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안 전 수석은 올해 2월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를 건네 받아 “현대차 측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현대차 측에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결국 현대차는 올해 12월까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와 3개 중소광고회사에 대해서만 광고를 발주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이노션 대신 플레이그라운드를 대신 끼워 넣었다. 이들은 KT에 최씨와 차은택(47·구속)씨 측근인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 각각 채용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해 채용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KT는 심사기준을 변경해가며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최종 선정했다.
■최씨 측근 이권 챙기기 도와=최씨와 안 전 수석은 또 현대차그룹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흡착제 제조·판매업체인 KD코퍼레이션이 11억원 규모의 납품을 할 수 있도록 강요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초등학교 친구 부모 이모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11월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있는 자리에서 KD코퍼레이션 납품 계약 추진을 언급했고, 기업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한 현대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0억5,990만여원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이 대가로 최씨는 이씨로부터 2013년부터 올해까지 명품가방, 현금 등을 받는가하면 올해 5월 대통령 프랑스 순방 때 이씨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공무상 비밀 누설=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에게 넘긴 청와대 문서도 180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태블릿PC뿐 아니라 최씨의 거처와 비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청와대와 정부부처 문건을 발견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 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 등을 통해 최씨에게 건넸다. 이 중에는 사전에 일반에 공개가 불가능한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유병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