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퇴비사 당장 필요한 데 건립비용만 수천만원대 7,000여 축산농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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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부숙도검사 의무화 내달 시행 앞두고 우려 커

축분 수개월 쌓아두고 썩혀야 해 저장고 필수

한우 50마리 키워도 한달 분뇨 21톤 규모 달해

지자체 “단속 강도 조절하려해도 민원 발생 고민”

횡성군 공근면에서 한우 60여마리를 키우는 A씨는 퇴비 부숙도검사 의무화 시행이 다가오고 있지만 퇴비사 신축을 포기했다.

퇴비 부숙도검사 의무화는 그간 별다른 제약 없이 밭에 뿌려지던 축산 분뇨를 일정 수준 이상 썩혀 처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A씨는 우사 내 퇴비를 쌓는 현 방식으로 법 위반을 피할 수 없음을 알지만 퇴비사를 늘릴 땅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건립 비용도 마련하기 힘든 탓에 그대로 손을 놓아버렸다. 그는 “법 개정 교육은 수시로 들었는데 빚내서 소 키우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다음달 25일 전면 시행을 앞두면서 강원도 내 7,000여 축산농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법 개정으로 축사 면적이 1,500㎡가 넘는 대형농가는 부숙 후기 또는 완료, 1,500㎡ 미만 농가는 중기 이상 가축분뇨를 썩혀 처리해야 한다. 축분을 완전히 썩히려면 6개월 정도를 쌓아두고 수시로 뒤집어줘야 해 넓은 면적의 저장고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축분의 양이다. 한우 1마리가 배출하는 분뇨는 하루 14㎏ 규모로, 50마리의 소를 키우는 농가는 한 달간 무려 21톤의 축분이 발생하는 셈이다. 수개월치 분뇨를 쌓아 놓을 대형 퇴비사를 마련하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에 따라 한우사육농가 1,500여호가 밀집한 횡성군은 폭풍전야다. 일부 농가는 법 시행 이전에 퇴비사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통상 4월까지 이뤄지는 축분 살포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실정이다. 부숙 정도가 한참 모자란 축분까지 밭에 서둘러 내다버리면서 악취가 진동할 정도다.

횡성군은 퇴비사 확보를 위해 올해 예산 4억8,000만원을 세웠고 총 40동의 건립을 지원하지만 이는 농가 희망수요의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해 예정된 사업도 하반기 준공이 예상돼 법 시행일과 편차가 크다. 정부 공모사업인 마을공동대형축사 건립도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최근 1개 마을이 축산농가와 나머지 주민들의 갈등으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횡성군 관계자는 “단속 강도를 조절하며 축산업계를 배려하려 해도 나머지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김용식 대한한우협회 횡성군지부장은 “농가들이 당장은 법 시행 이후의 상황 변화를 지켜보자며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정윤호기자 jyh89@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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