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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89㎜ 물폭탄' 철원 수해 현장을 가다]둑 무너져 시장·상가 쑥대밭…고립 주민 복구에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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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철원군 갈말읍 지경리 일대 농경지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 철원지역은 이날 자정부터 오후 2시까지 최대 223.5㎜의 비가 내렸다. 사진=철원군 제공

“자동차 못 갑니다. 도로가 물에 잠겨 진입할 수 없어요.”

4일 시간당 8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쏟아진 철원군 김화읍과 서면, 근남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내린 집중호우로 김화읍과 서면, 근남면으로 통하는 도로 곳곳이 경찰에 의해 통제됐고 이로 인해 이 지역이 한 때 고립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2시20분께 갈말읍과 김화읍을 잇는 주요 도로인 국도 43호선은 차량 운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갈말읍과 김화읍 경계에 있는 지경리에서는 오전 11시께 하천 둑이 무너지면서 도로와 함께 아랫마을인 지경리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경삼거리와 인근 상가에는 순식간에 사람 무릎 높이만큼의 토사와 함께 물이 덮쳤다. 주민들이 양동이와 삽으로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경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엄모(80)씨는 “오전부터 세차게 비가 내리더니 삽시간에 물이 가게로 들어왔다. 1996년 수해 당시 만큼 비가 온 것 같다”며 몸서리를 쳤다. 철원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중장비와 살수차 등을 급파해 긴급 복구작업에 나서 오후 5시께 자경리 일대 복구를 마쳤다.

앞서 오후 1시30분께부터는 와수2리 복개천이 범람해 와수전통시장 일대에도 물이 차올랐다. 또 시내 일부와 동송전통시장도 물에 잠겨 상인과 주민들이 복구작업을 벌였다. 화천군 사내면에서도 주택 침수 피해가 이어지는 등 영서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과 농경지 침수가 확산됐다.

이처럼 이날 도내에 집중된 폭우로 오후 5시 현재 누적강우량은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589㎜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춘천 323.9㎜, 영월 278.6㎜, 화천 281㎜, 양구가 221㎜ 등 영서지역 위주로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총 37세대 7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태백선 영월 입석~쌍용, 영동선 영주~동해 구간에 토사가 유입돼 사흘째 운행이 중단되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5일 영서지역에 최대 500㎜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해 산사태 등 피해 예방에 주의가 요구된다.

김대호·이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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