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전국서 부동산 쇼핑족 몰려…고령자 땅 헐값에 사 수배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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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 개발사업의 그림자, 춘천 동면 지내리를 가다

◇춘천시 동면 지내1리 일대 농지. 외지인이 지분 쪼개기로 매입한 농지에 말라 비틀어진 콩만 가득했다.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사업부지와 인접한 이 마을은 지난해 기획부동산 광풍이 휩쓸고 갔다.

(상) 기획부동산이 점령한 수열에너지 조성 인근 부지

지분 쪼개기 투기성 의심거래

지난해 864건…해마다 급증

주민들 “외지인 매일 찾아

투자 미명 사재기 이뤄져”

경찰이 최근 5년간 강원지역 대규모 개발사업 부지의 투기성 토지거래에 대해 집중 조사(본보 4월16일자 4면 보도)에 나서면서 '개발사업의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다. 강원일보는 경찰의 대표적인 조사 대상지역이자,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 부지인 춘천시 동면 지내리 일대를 집중 취재했다. 이 지역은 2017년 국토교통부 주관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됐고 올 들어 3월 지정·고시가 확정됐다.

지난 16일 춘천시 동면 지내1리의 한 농지. 콩이 심어져 있었지만 흙더미에 뒤덮인 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농지 사이에는 아스콘으로 포장된 샛길이 나 있었다. 홍재춘(61) 이장은 “무단 형질변경으로 지난해 시청에 신고했더니 구색 맞추기로 콩을 심어놓았다”며 “한 필지의 땅 주인을 알아보니 서울, 경기로 주소지가 등록된 7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장 만 한 넓이의 농지를 가리키며 “불과 2~3년 만에 절반 이상이 외지인 소유가 됐다”고 했다.

지내1리에는 기획부동산 세력이 휩쓸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지내 2, 3리와 달리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사업부지에 편입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으면서도 사업부지와 가장 인접한 마을이다. 기획부동산은 이를 내세워 전국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주민들은“지난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부동산 쇼핑족'이 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기획부동산은 70세 이상 고령자가 소유한 농지를 노렸다. 약간의 웃돈만 주고 농지를 사들인 후 불특정 다수에게 몇 배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방식이었다.

홍재춘 이장은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으려면 자경 확인서를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장을 찾아오는 경우가 지난해에는 한달에 20~30건씩 됐다”며 “대부분 고령자였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한 70대 노인의 경우 평당 30만원씩 값을 더 쳐준다는 기획부동산 업자의 말을 듣고 3,305㎡ 규모의 맹지를 팔았다. 하지만 추후에 업자들이 2~3배 높은 값으로 되파는 것을 보고 “뺏겼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지분 쪼개기로 투기성이 의심되는 '지분 거래'가 지난해 지내 1~3리 일대에서만 864건에 달했다. 2016~2017년만해도 60건 안팎이었지만 2018년 340건, 2019년 472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한 주민은 “정부와 지자체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며 사업을 추진하는 사이 물밑에서는 투자라는 미명 아래 거대한 '부동산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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