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오피니언]협동조합 설립보다 정착이 더 중요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년 만에 3,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설립되고 강원지역에도 1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협동조합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 그러나 설립의 양적 확산이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협동조합의 설립 촉진정책과 더불어 사업체로서 협동조합의 정착을 돕는 생태계 조성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첫째, 설립된 협동조합 중에서 사업을 개시하지 않은 협동조합이 많고 더욱이 향후에 사업 개시 전망이 불투명한 협동조합도 적지 않은 상황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의 설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앞서 설립 발기인 사이에 충분한 상호 교류 및 소모임 활동을 촉진하여 신뢰를 형성하고, 사업 타당성 분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어느 정도 타당성이 인정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면 설립 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협동조합은 자본형성 및 사업활동에 있어서 조합원의 기여 및 이용이 충분치 않으면 발전하기 어렵다. 설립 초기에 누가 조합원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조합의 조직·사업·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가 협동조합 발전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협동조합운동가(Promotor) 혹은 리더 양성 시스템(협동조합 경영교육 프로그램), 협동조합 컨설팅 서비스, 조합원의 자본제약요건을 완화시켜주는 금융지원 시스템, 그리고 협동조합 간 협동과 연대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는 세제제도와 공공조달제도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없이 다양한 산업 및 지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시도될 때,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체제가 협동조합섹터 내부에 갖추어진다면 이러한 도움을 받은 협동조합이 나중에 새로 설립될 협동조합을 도와줄 용의를 갖게 되는 상호성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고, 이것이 거미줄처럼 확산되면, 이를 '사회적 연대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대는 조합 차원에서 조합원들이 배우게 되는 '협동의 의지와 노하우'와 더불어 소위 사회자본(Social capital) 혹은 시민자본(Civic capital)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양한 자원의 결집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금융지원, 세제혜택, 교육훈련 및 컨설팅 체제 등은 이러한 상호성과 사회적 연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개발연대에 정부가 주도하고 통제해온 협동조합을 통하여 고리대 청산에 성공하였고 농협은 엄청난 물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조합원의 협동 의지와 노하우나 사회적 연대의식은 축적되지 못하였다. 이는 정부 주도 협동조합의 한계라고 할 수 있으며, 부문별 협동조합 발전의 길의 한계이기도 하다. 요즘 불고 있는 협동조합 열풍을 보면서 걱정하는 점은 이러한 시민자본의 축적 없이 정부의존형 협동조합이 또 다른 형태로 출현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협동조합 내에서 개별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이종의 협동조합 간에 연대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원일보 한국분권아카데미 공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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