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아이들아, 미안하다

이영춘 시인

아들딸들아, 오늘이 벌써 너희가 그 찬 물속에 갇힌 지 5일째가 되었구나. 얼마나 춥고 아프고 두려울까?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렇게 너희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구나. 살아 돌아온 아이들의 가슴은 또 어떻게 치유해 줘야 그 악몽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라고 울부짖는 여섯 살 그 어린이는 또 어떻게 혼자 살아가란 말인가?

처음 너희가 탄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 일손을 놓고 소리 없이 울었다. 지금도 울고 있다. 너희를 애타게 기다리며 찾는 엄마 아빠들은 오열하다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다. 세상이 온통 휘청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 지상에 발붙이고 있다는 자체가 미안하다. 어른이기에 더 미안하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통곡하고 반성하며 대책을 마련하지만 금방 또 잊고 마는 우리 어른들의 병폐, 안전 불감증이라는 그 중병이 문제다. 이번 참사도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그 많은 학생과 승객을 태우고 출항하면서 안전수칙 하나 제대로 교육시키지도 않았단 말인가! 어떻게 배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몇 분이 흐르도록 “움직이지 말아요, 움직이면 위험해요”라는 방송 안내만 할 수 있단 말인가! 최신 장비를 다 갖춰 놓고도 그걸 어떻게 사용하여 탈출하라는 말 한 마디 없었다니 그런 무책임한 선원들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월급이나 받아먹는 밥벌레들이 아니고서야 직업의식이란 전혀 없는 인간들이다. 얼마든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의 목숨을, 살리지 못한 어른들의 죄. 무엇으로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속이 시원할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찢어진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착하고 순진하여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질서를 지키려다가 더 큰 화를 당하고야 말았다. 이준석이란 선장은 또 뭐란 말인가! 1년 경력도 안 되는 3등 항해사에게 운행을 맡기고 선장은 휴식 중이었다니, 이런 통탄할, 기막힌 일이 또 있단 말인가! 이미 사고를 불러오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라고 하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손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선장이란 작자가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물기 하나 젖지 않은 남방에 니트까지 깔끔한 모습으로 승객인 체 가장하고 제일 먼저 뭍으로 빠져 나왔다니, 이런 천인공노할 어른이 어디 또 있단 말인가!

이번 참사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이렇게 큰 화를 불러왔다. 출항 시간이 늦었다고 좀 더 빨리 가려다가 유속(流速)이 그렇게도 빠르다는 그 험난한 코스로 왜 뱃길을 돌렸느냐는 말이다. 그것도 3등 항해사가 운행하면서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소위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부강해졌는지 모르겠으나 양심과 양식, 그리고 의식 수준은 3등 국민으로 후진국임을 면할 수 없다. 필자도 학생들을 가르쳤던 한 사람으로서 되돌아보며 반성한다. 타성에 젖어 안전 점검일지에 기록할 때도 남들이 “이상 없음”이라고 써 놓은 그대로 그냥 쓰거나 동그라미를 쳤던 적이 많다. 이게 바로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란 게 아니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라, 그런 나라일지라도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이젠 더 이상 잃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좀 더 성숙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 매사에 실제적 상황인 듯 점검하고 또 점검하여 안전수칙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영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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