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자사고 폐지는 국가적 손실

오운홍 교육학박사 문학평론가

전북교육감(2010년)에 이어 최근 서울시교육감이 내놓은 자사고(자율형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가 교육 관련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진로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줄 사회적 문제다. 교육의 방향성과 국가 장래를 위해 경제와 안보 다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중대 사안이라 생각한다.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고등학교는 일반계 고교와 실업계 고교가 전부였다. 다만 일반계 고교가 도시 중심의 평준화인가, 도농지역의 비평준화인가에 따라 다를 뿐이다. 1974년부터 시행되어 온 평준화제도 자체의 모순과 학부모의 수요를 받아들여 1984년 이후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등 특목고제도가 도입됐다. 그밖에 예술, 체육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예술고, 체육고와 공업·농업·수산·해양계열 특성화고교라는 특목고도 있다. MB정부 때는 자사고를 비롯해 마이스터고, 자율학교, 기숙형 공립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생겼다. 자사고는 사학의 자율성 제고와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 다양한 학습자의 욕구 충족과 교육경쟁력 제고라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다. 왜 다양한 제도가 필요한가? 학생들이 지닌 특기와 적성이 각각 다르고 학부모와 학생의 장래희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특목고와 특성화고교가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왜 일반고에서 자율고가 필요한 것인가?

과거 우리나라가 OECD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상위성적을 얻었다고 자랑해왔지만 사실은 국민과 학부모를 기만한 것이다. 고교평준화제도, 즉 수준차가 큰 교실에서 어떤 수업이 가능할 것인가? 최근 상·중·하의 수준별 이동수업이 그 대안이라 하지만, 실제로 어느 학군의 경우 5,000명을 성적순으로 균등분배한 평준화고교에서는 상위수준도 1~1,500등의 수준차가 존재한다. 이런 제도는 학원수강을 부추기는 것 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PISA의 결과는 학교수업의 성과라기보다 학원수강의 효과라고 봐야 한다. 국가의 백년을 내다본 인재 양성을 위해 필자가 그간 서책과 지면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고교를 주장해 온 이유도 이와 같다.

진보교육감들은 왜 자사고 폐지에 올인하려 하는가? 일반고에서 상위그룹 학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시켰다는 것이다. 일반고 공납금의 5배 정도인데도 교육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면서 왜 자사고를 원하는가? 우선 이를 성찰해야 한다. 특히 상위학생의 경우 학교수업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들 학생이 진보교육감이 원하는 대로 일반고에 들어가면 이들 수준에 맞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적용해 줄 것인지 책임을 묻고 싶다. 상위그룹이나 하위그룹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3년을 허비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의 손실이기도 하다.

어떤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똑같은 사안(자사고)에 대해 존폐의 시각이 극명하게 바뀐다면 이는 두 교육감 중 어느 한쪽이 더 무지하거나 이념의 시각에서 어떤 목적을 감추고 학부모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교육 불평등을 내세우지만 평준화교실에서 상·하위 학생은 교육균등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가난해도 자녀의 능력에 맞게 자사고에 보낸 학부모를 두고 사회양극화라고 조장한다면 이는 좌파적 시각이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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