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인생은 후반전이 더 중요하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한국헌법학회장

운동 경기의 전·후반을 비교할 때 전반, 후반 모두 중요하다. 전반전에서 예상 밖의 점수 차로 패한 경우 후반에서 극복하기 어렵고, 통상 선취득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반전에 방점을 둘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후반전에 한 표 던지고자 한다.

후반전이 좀 더 중요한 이유는 첫째, 후반전은 전반전의 패배와 뒤처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전반전의 실패는 후반에서 만회할 수 있지만, 후반전에서 실패하면 만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진다.

둘째, 후반전에서 이기는 것이 결국 경기를 승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의 격언 중 이긴 바둑 이기기가 어렵다고 했다. 골프의 경우 1등으로 시작한 경우보다 2~3등 정도의 순위를 유지한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를 치를 때 우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셋째, 전반전에서는 주어진 시간의 70~80% 이상을 공부와 취업 준비로 보낸다. 전반전에는 돈을 벌고자 또 출세를 하고자 준비할 뿐 수중에 돈이나 출세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생을 망칠 유혹에 빠지기 어렵지만, 후반전에는 어느 정도의 돈과 지위가 주어지는데, 더 갖고, 더 얻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에는 실패하는 삶을 어렵지 않게 본다.

후반전이 중요하다고 하여 전반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반전에 선취득점을 하고, 어느 정도 앞서 나가게 되면 좀 더 편안하게 후반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개미가 베짱이보다 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후반 모두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인생의 방향 설정이다. 돈, 명예, 권력, 정욕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이고, 그것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갖는가가 세상 삶의 세속적 기준이지만, 그것을 왜 가져야 하고 어느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가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전·후반을 가리지 않고 중요하다. 이제 환갑을 앞두고 삶을 돌아보니 더욱 그렇다.

골프에서 거리와 방향은 모두 중요하지만 초보자는 거리를 중요시하고 상급자는 방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방향을 모르고 인생을 달려가는 것은 시험범위를 모르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과 다르지 않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며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둘 뿐 왜 그래야 하는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끝이 있다.

1960~1970년대 세계 음악계를 주름잡던 비틀스의 존 레논은 전설적 인물이었다. 당시 레논은 가수 역사상 최고의 인기, 명예, 부를 모두 가진 자였는데, 모든 것을 다 가진 소감을 묻는 한 TV 토크쇼 인터뷰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공허하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졌고, 또 이루었는데 공허하고 지루할 수 있을까. 범인에게는 궁금하기만 하나, 인생의 방향을 분명히 정립한 사람에게는 미소로 끄덕일 수 있는 답변이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한다. 돌아갔다는 것은 원래의 장소로 다시 갔다는 의미가 된다. 인생의 후반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방향이 올바로 세팅된 후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이 신앙에 귀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 다니고 있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