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외모지상주의

나승권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교수 공학박사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현상으로 사전엔 '루키즘(Lookism)'이라고 한다. 'Look'과 'ism'이 합성된 단어로 보는 것,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 사용했다. 외모지상주의를 나타내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에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쓰였다. 즉, 관리를 등용함에 있어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인 몸, 언행, 글, 판단 넷 중에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몸이라는 뜻이다. 즉,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겉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예쁜 여자 즉, 미인이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위나라, 오나라, 촉나라의 대결을 다룬 삼국지라는 소설에서 미인계(美人計)를 발휘해 동탁과 여포를 이간시켜 죽이게 한 연환지계(連環之計)를 보여준 인물, 초선 또한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다. 현대뿐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인간의 본질적인 내면의 욕망을 겉으로 드러내는 표현 중의 하나였으며 또한 그것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온통 자신의 겉모습을 가꾸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내면적인 도덕과 인성은 중요시하지 않고 자신의 외모와 겉치장을 위해 물질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성형수술'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의 성형중독은 커다란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성형을 가장 많이 하는 성형 강국으로 젊은이들이 성형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간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남녀노소 모두가 이처럼 외모에 집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취업에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취업지원 업무담당자 500명을 상대로 구직자의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구직자의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별 점수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외모 4.2점, 인성 및 태도 4.4점, 기초 직무 역량 4점이었고 이에 비해 출신 대학이나 외국어 능력은 모두 3점대 이하의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즉 현대사회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 사람의 본질과 됨됨이가 아니라 '미(美)는 곧 선(善)'이라는 잘못된 기준이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모는 상대방이 그 사람의 잘 알지 못하는 내면까지도 지레짐작으로 판단해 버리게 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으며, 외모를 가꾸지 않고서는 충분한 능력과 인성을 갖추고도 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를 빈번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지나치지만 않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외모라는 것은 나 자신을 상대방에게 어필하고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은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성형수술이 아닌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가꿔가야 할 것이다. 외모가 그 사람의 됨됨이와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외모를 가꾸고 내면을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도 빛을 잃을 것이다.

외모를 중요시하는 시대가 왔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외모를 가꿔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외모를 가꾸는 것이 자기계발의 한 부분처럼 되었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