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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대청봉]`무모한 도전'은 예능으로 족하다

유병욱 사회부장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효시’라 꼽히는 ‘무한도전’이 올해로 10년을 맞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매주 방영되는 프로가,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방영돼왔다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더욱 그렇다.

느닷없이 특정 TV프로를 언급한 이유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가끔씩 상상치도 못했던 기획력에 깜짝 놀라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웃기는 예능 프로인데, 사회적 문제를 되돌아보게끔 만드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기획을 할까” 하는 자극을 받기도 했다.

오래된 팬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무한도전의 전신은 ‘무모한 도전’이다.

몇주 전부터 새로운 멤버를 영입한 후에 방영됐던 ‘세탁기와 인간의 대결’ ‘자동세차와 인간세차 대결’ 등등이 초창기인 ‘무모한 도전’ 시절 나왔던 컨셉이다.

그런데, 글자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에 불과한 것 같은 ‘무한도전’과 ‘무모한 도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전적으로 ‘도전’이라는 단어야 같은 의미이지만 ‘무한’은 ‘수(數), 양(量),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음’을 이르는 것이고 ‘무모한’은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붙여놓고 해석하면 무한도전은 ‘제약과 한계없이 끊임없는 하는 도전’을 의미하는 반면, 무모한 도전은 ‘상황에 대한 고려나 이해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도전’이라는 뜻이 된다.

‘무모한 도전’ 보다는 ‘무한도전’이 훨씬 세련되고 의미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의미상 차이의 영향도 크다.

우리 주변에도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한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또 앞뒤 생각없이 우선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한도전이든 무모한 도전이든 개인이 하는 일이야 스스로가 결과에 책임지면 그만이지만 정부가 국가 정책으로 ‘무모한 도전’을 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된다.

국민과 국가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무모한 정책 대열에 해양수산부가 ‘선상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이라는 카드를 들이밀면서 끼어들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본보에서 수차례 지적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폐광지역의 내국인 카지노는 목숨을 걸고 생존을 위해 설치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해야겠다.

해수부가 선상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의 이유로 언급하고 있는 ‘관광’과 ‘경제활성화’는 어떤 경우라도 주민들의 ‘생존’보다 우선할 수 없다.

최소한 폐광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던져놓은 그야말로 ‘무모한 정책’의 표본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요즘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하는 ‘규제개혁’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도권에 대학과 기업들이 들어설 부지를 마련해 주기 위한 ‘그린벨트 완화’와 대기업들을 위해 지역 중소업체들을 보호하는 조례를 삭제하라고 자치단체에 압력을 넣는 조치들도 다 ‘규제개혁’이란 이름으로 실행중이다.

그러면서도 강원도는 환경, 산림, 농업, 군사 등 주요 토지이용규제법과 관련된 이중·삼중 규제들로 전체 면적의 111.8%인 1만8,836㎢가 수십년간 규제에 묶여있다.

그러고보면 규제개혁은 지역의 현실은 보이지 않는, 참 이중적이고 교묘한 정책이다.

‘무모한 도전’은 TV예능 프로그램으로 보면 족하다.

예능에서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웃움을 주지만 현실에서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지 않는, ‘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과 같은 무모한 도전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

상처 입고 생존 위기에 몰린 지역주민들이 이번에는 정부를 상대로 ‘무모한 도전’을 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가 정리해야 한다. 지역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부 정책은 예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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