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인간다운 정치인이 그립다

곽영승 도의원 행정학 박사

후덕함, 뭔가 좀 빈 듯함, 여유, 양보 등을 갖춘 사람을 우리는 '인간답다'고 한다. 컴퓨터 같이 철저하고 빈틈없는 사람, 명석하고 완벽한 사람을 보고 인간답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나의 생각은 상대방에게 전달돼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인간답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 말이다.

이 관계는 인간이 해야 할 바, 도리를 다할 때 형성, 유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통제, 절제가 필요하다. 이 통제야말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고, 인간의 품격을 높이는 절대적 수단이다.

우리나라 정가에서 송곳 같은 말로 상대 당 사람들은 물론 같은 당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사람들을 흔히 보아왔다. 본인은 칼 같은 논리와 정연한 이론이랍시고 설파하지만 당하는 사람이나 주변에서는 “찢어진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느낀다. 그런 냉혈적 언사는 결국 본인에게 메아리로 돌아와 말로가 좋지 않았음도 보아왔다. 자기를 알리기 위한 노이즈마케팅 또한 결국은 끝이 좋지 않다. 이념의 대립이 무디어지자 그 자리를 차지한 정치인들의 사적 욕망이 더욱 커 보인다. 국가와 민족의 번영, 역사의 발전은 뒤로한 채 오직 나의 재선 3선 4선만이 지상목적이다. 이 사욕 앞에선 당리당략조차 무색해진다. 우리는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정서가 강하다. 아무리 권모술수가 판치고 1등만 살아남는 정치권이라 하지만 국민들은 일반적 정서, 국민적 통념으로 재단한다. 능력 있지만 못된 인간보다는 무능해도 진실한 인간을 선호하는 정서인 것이다.

로마 정치인 키케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공통가치로 온유함 수양 교양 신의 정의 명예 권위 덕성 정직 절제 겸손 등을 꼽았다. 인간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 품질이 다르고 그 품질은 결국 배려심에 달려 있다. 배려에는 나의 불편을 참는 자제력이 필요하며, 자만심을 버리고 남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인간다움이 더욱 절실하다. 종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신을 살육의 방패막이로 삼는 세상일수록 따뜻한 인간성이 더욱 절실하다. 더구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세상이다. 빈자에게는 기회조차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가정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저소득가정의 학생보다 9배나 높다. 4년제 대학 졸업 비율도 두 배가 넘는다. 특히 가난한 집 아이들은 85%가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즘 몇몇 국회의원이 서로 독설을 퍼부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번쩍이는 칼날을 '존경하는 동료의원님'의 가슴에 들이댈 것이 아니라 심화되는 빈부차에 들이대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 아닌가? 선출직들은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말을 시작한다. 존경한다는 말을 하지 말든지, 언행이 일치하든지 둘 중 하나라도 하면 덜 볼썽사나울 것 같다. 인간(人間)에게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오랜 수양으로 잘 갈고닦인 인성(人性)일 것이다. 인성이 바르지 않으면 곧 그릇의 크기나 바닥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잘 속지 않는다. 아니 사람들이 속기 전에 내가 나를 먼저 드러낸다.

나의 생각이 옳으면 상대의 생각도 옳을 수 있다. 누구의 정책과 방법이 더 옳은지 토론하고 논의하면 되는 것이지 모욕감까지 줄 필요는 없다. 논쟁에 승자는 없다. 패자가 가슴으로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으로 먹고 살던 인간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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