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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원포럼]원칙과 기본의 '삼각함수'

김광래 가톨릭관동대 교수

최근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를 매듭지은 독일 메르켈 총리의 입장은 초지일관 “그리스의 가혹하고 철저한 구조개혁”이었다. 그리스의 금융위기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으나 메르켈의 입장은 '독일의 국익에 부합하는 유로존의 유지'였고, '유로존 탈퇴와 부채 탕감'으로 배수진을 친 그리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를 관철시켰다.이런 메르켈에게 또 한 가지 난제가 최근 불거졌다. 바로 밀려드는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다.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로 자국을 떠나 유럽으로 오는 난민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국들의 난민 수용 쿼터제를 들고 나왔다가 배척 당한 독일이었지만 메르켈은 여전히 난민 수용 원칙을 정하고 유럽의 동참을 호소했다. 난민에 반대하는 독일 내의 폭력시위도 잇따랐으나 메르켈은 난민 대응책이 국가 간 공동 행동이 절실한 '유럽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물론 발칸반도 출신의 망명은 수용하지 않는다는 분리 대응 원칙 속에서도 독일은 지난해보다 4배가 늘어난 80만명의 난민 수용을 결정했다. 메르켈의 입장은 '난민은 EU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므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모범을 보이겠으니 유럽이 동참하자'는 것이다. 일본과는 달리 피해국에 무릎을 꿇고 철저하게 과거를 반성하는 독일이 EU의 생존을 위해(물론 독일의 국익이 기반이지만) 원칙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모습은 인류 공존에 새로운 정치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대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기반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정세의 사례에서 보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원칙'이 강조되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올해 초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 교수들이 뽑은 새해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의 교육 사자성어로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선정,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기본을 바로 세우는 데 협력하자는 교원들의 마음을 알리기도 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중용 23장)'는 영화 '역린'의 명대사 또한 '기본에 충실하자(忠於根本)'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이고 있는 혼란이 아직 많은 까닭에 '원칙을 세우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에는 더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님비(NIMBY)'와 '핌피(PIMFY)'현상이 대립하고, 여전히 집단이기주의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가진 자들의 횡포가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각종 사고 때마다 내놓는 해결책이 때로는 “기분만 내자는 거지~”라며 웃어넘기는 개그콘서트의 대사처럼 씁쓸함을 자아낸다. “전우들을 두고 갈 순 없었다”며 전역 연기를 신청한 '기본이 바로선 청년'들에게서 오히려 국민은 위로를 얻었다. 이 때문에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다시 한번 흔들림 없는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자'는 명제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복잡한 삼각함수의 해답이 될 것 같다. 변화무쌍한 국내외 환경 속에서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고 혁신을 거듭해야 할 우리로서는 반드시 가슴에 담아두어야 할 목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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