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오피니언]사재혁 선수 폭력사태를 반성합니다

이영욱 강원중등체육연구회장

이영욱 강원중등체육연구회장

스포츠 영웅 폭력범 전락

성적만 중시한 교육 잘못

폭력 근절 기회로 삼아야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 그리고 통렬한 심정으로 반성한다. 올림픽 영웅에서 한순간에 폭력범으로 전락한 사재혁 선수는 우리가 키워 온 선수다. 그는 누구보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배움으로 땀을 흘렸고 노력으로 경기력을 향상시켜 세계를 제패했다. 이번 사태는 그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다. 운동선수를 육성함에 있어 메달 따는 기계를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사람 만드는 일에 소홀했다.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어 냈듯이 체육계 또한 빠른 성장을 이루어 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 축구대회가 화수분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제일지상주의를 기반으로 폭력, 불법, 도박, 황금만능이 잉태됐다.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고 나무라는 것은 체육계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그 관행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오직 성적을 내면 된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성과를 내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지 못한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어쩌면 사재혁 선수는 후배에게 버릇을 고쳐 준다는 선배의 사명감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폭력을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메달을 따는 선수보다 인성이 바로 된 사람을 만드는 일에 먼저 앞장서야 한다.

오뚝이 정신을 발휘했던 젊은 영웅이 관행의 틀에 갇혀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 온 명예를 모두 한꺼번에 내려놓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운동선수에게 있어 자격정지 10년은 사형이나 다를 바 없는 징벌이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재혁 선수는 어떤 벌도 달게 받아야 마땅하다. 깊이 뉘우치고 장차 어떤 삶과 행동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그동안 정상에 서기 위해 흘려 왔던 땀보다 더 많은 고통과 인내로 반성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재혁 선수는 전성기 시절 타지의 실업팀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고향인 강원도청 소속 선수로 활동하며 향토의 명예를 높여 왔다. 강원도민들은 고향을 지키며 강원도의 힘으로 강원도민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었던 사재혁 선수의 세계 제패 영광까지 폄하되는 일이 없도록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꿈을 키워 가며 구슬땀을 흘리는 운동선수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스포츠계의 폭력을 근절하는 기회로 삼고, 체육 지도자는 반면교사로 삼아 선수들의 인성 함양에 앞장서야 한다. 강원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체육계는 이번 사태의 아픔을 상호 존중하는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기회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