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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요칼럼]사랑과 결혼의 딜레마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당신은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독자들은 어떤 대답을 하실까? 몇 가지 답변을 추측해 보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부터 '그저 그렇다' 또는 '사랑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까지. 한 가지 덧붙인다면 '사랑은 무슨?… 정(情)으로 산다'는 대답도 있겠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결혼한다. 성인이 되고 밥벌이를 할 능력이 생기면 마음에 드는 연인(戀人)을 찾고 사랑한다고 느끼면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다. 통속적 표현이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이란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은 그리 오래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다. 길어야 3년, 짧으면 3개월일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의 감정이다.

몇 해 전 TV에서 20대 아이돌 가수의 '1년 동안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6개월 동안 사귀고 헤어졌다'는 연애 경험을 들었다. 애틋한 감정으로 1년씩 지켜보았지만, 정작 연애 기간은 6개월뿐이었다는 고백이다. 그에게 사랑은 잘해야 1년6개월 지속된 감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는 '우리의 결혼생활이 갖는 문제는, 일단 결혼하면 일생 동안 배우자보다 더 사랑할 만한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우연히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인생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과 '결혼'이라는 사회의 제도는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닌가? 짧은 사랑의 기간이 지나면 결혼생활의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그래서 우리가 들어온 수많은 노래의 사연이 이 복잡한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이고, 수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딜레마의 타협책으로 선인(先人)들은 '정 때문에 산다'거나 '자식 때문에 산다'는 합리화를 찾아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현대의 연구자들은 이런 딜레마의 해결책을 발견하고 있다. 심리학자 스턴버그가 제시한 사랑의 정의가 대표적인 예다.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 즉 성적 욕망을 포함한 열정(passion)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이란 열정과 친밀감, 헌신의 세 요소에 의해 구성되는 복합적인 마음의 상태이다. '열정'이란 성적(性的) 욕망이며, '친밀감'이란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느낌이다. '헌신'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스턴버그에 따르면, 사랑은 열정과 친밀감, 헌신의 세 요소가 각각 하나의 변(邊)으로, 이 세 변이 만드는 삼각형의 크기(면적)로 정의된다. 이 세 변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짧아짐에 따라 사랑의 크기도 달라진다. 또 한 변의 길이가 짧아져도 다른 변들이 길어지면 사랑의 크기는 유지되거나 커질 수 있다. 열정이 식더라도 친밀감이 깊어지고 헌신이 강화되면 사랑은 지속되기도 하고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대의 사랑이 열정 중심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이라면 중년의 사랑은 친밀감과 헌신을 중심으로 지속될 수 있다. 또 그렇게 가다 보면 어떤 순간 열정의 길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친밀감, 헌신을 위해 당신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당신의 삼각형은 어떤 모습인가? 가족과 관련된 학대와 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시대에 내가 가진 사랑의 크기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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