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요칼럼]공직사회에 여성이 더 필요한 이유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오랜만에, 아니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강원도 도정(道政)에 대해 칭찬글을 쓰는 것이. 사실 칼럼은 '문제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글감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필자 같은 연구자에게 이 사회는 온통 문제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으니 칼럼 역시 일종의 '지적질'이 되기 쉽다. 그런데 오늘은 '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한다. 그것도 강원도정에 대해서.

며칠 전 강원도청이 여성 공직자 세 명을 임명했다(강원일보 7월19일자 2면). 여성특보와 일자리특보,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장이다. 독자들께서도 세 명의 예비 여성공직자의 소식이 실린 기사를 읽으셨을 것이다. 남성들이 대다수인 책임 있는 공직에 여성들이 한꺼번에 세 명씩이나 임명되다니! 신선하고 반가웠다.

영향력 있는 공직에 여성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이렇다. 첫째, 여전히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는 여성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 하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간단한 통계들, 여성의 취업률이나 성별임금격차 같은 기본적인 수치만 봐도 한국은 늘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性認知的) 관점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몇 해 전 어떤 지역의 마을축제에 관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마을은 마을축제 등을 열심히 해서 소득을 늘리고 있었고 이것이 큰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지역 여성들은 이 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더운 여름날 온종일 밭일을 하고 들어와 밤에는 마을축제에 쓰일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누가 음식을 만들고 누가 그것을 먹는가?' 매우 단순한 질문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인간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이었고 이런 노동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남성에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정책은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때문에 '모든' 정책을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평가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정책의 혁신을 위해서다. 21세기 전세계적인 화두 중 하나는 '다양성(diversity)'의 구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성별·연령·인종·지역·계층 등 수많은 차이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는 인식이다. 정책은 이런 다양한 집단 구성원의 사고와 생활양식, 기대와 희망을 존중하고 실현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주류 집단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하위 집단들의 문화와 실천을 존중할 때, 그리고 그들 각자의 인권과 사회권을 보장할 수 있을 때 사회정책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직사회에 더 많은 여성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여성이 지닌 '다른 경험과 관점'을 통해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과 아동, 장애인, 저소득층,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와 비주류의 목소리를 정책에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변인의 관점'에 설 때 정책의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