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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부 못하던 친구가 성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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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호 한국산업인력공단 강원지사장

사회적 능력 학력과 비례 안해

학벌·스펙 위주 현행 취업제도

블라인드 채용 통해 바꿔가야

사람은 언제나 두 마리의 개를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어떤 개일까. 그것은 편견과 선입견이다. 난센스 퀴즈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때 잘못된 확신으로 이끄는 요소는 무엇일까. 기업·조직의 인재 채용 시 서류전형에서 확인하던 학벌, 어학성적, 자격 등의 스펙과 외모 등이 주요 요소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보면, 특히 시골에서 학교를 나온 경우일수록 학교 생활의 우등생이 사회 생활의 우등생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가 힘겹게 살고 있고, 중학교만 졸업한 후 직업교육을 받은 친구는 수십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장이 돼 있는 경우들이 그것이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직업과 직무가 있고, 해당 직무에 맞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서는 혹시 모를 필요성에 의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대부분은 장차 필요하지 않을 지식이고, 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앞으로는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에 대한 공부일 수도 있다. 학교 교육이 산업현장 실무와 괴리되자, 정부는 NCS 기반의 교육훈련 과정을 만들고 교육훈련장소를 학교에서 기업현장으로 바꾸기 위한 '일학습병행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력이 인적 자원 수준을 평가하는 학력 중심의 노동시장 운영은 대학 진학률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실업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겪고 있다. 학벌이나 어학성적이 필요한 직무 분야는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사회적비용은 가계지출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벌과 스펙 만들기에 누구나 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정부는 편견이 개입되지 않은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 민간에 확산하고 있다. 이는 '보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영어 블라인드(Blind)와 '사람을 골라서 씀'을 뜻하는 채용(採用)을 합친 말이다. 누군가를 채용할 때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실력으로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스펙이라고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지원자의 인성, 업무 적합성, 직무 수행능력 등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보면 채용공고 시 성별, 나이, 학력 등이 '제한 없음'을 표기하고 직무 관련 내용 및 필요항목은 직무기술서를 통해 사전에 안내 한다. 입사 지원서에는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학력 등에 대한 표기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채용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신체적 조건이나 학력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평등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당당하게 실력으로 입사한 인재들은 퇴사나 재교육에 따르는 비용을 절감시키고 기관과 기업의 대외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편견 없는 채용은 현 정부의 국정비전인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에 적극 동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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