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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선칼럼]강원비엔날레 새 출범, 운영구조부터 견실하게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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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올림픽 문화행사 중 유일 생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조차 외면

평창비엔날레 '졸속' 반면교사

운영위원회 구성, 역량 결집 주시

강원국제비엔날레 운영실이 오늘(19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 업무에 돌입한다. (재)강원문화재단 산하 강원국제비엔날레 운영실 상설 조직으로 새롭게 설치된 것이다. 기존 (재)강원국제비엔날레민속예술축전조직위원회가 올해 말로 청산되는 데 따른 향후 업무 추진을 위한 편입이다.

강원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 실현에 기여한 행사라는 판단에 따라 비엔날레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올림픽 행사가 무수했지만 사실상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미술계는 물론이고 예술계의 관심이 자못 크다. 하지만 한시적인 행사로 규정된 도의 조례를 개정해 새롭게 출범하는 입장이어서 환골탈태해야 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도가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존속시키겠다고 방침을 굳힌 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2018년 주목해야 할 세계 10대 비엔날레'로 꼽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되는 미술잡지 '사라트와티(Sarasvati)'가 올해 1월에 제시한 기사 중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현장 전시를 보고 내린 평가가 아니라 사전 예측이었다. '지구촌 겨울축제'인 동계올림픽에 맞춰 개최하는 행사라는 점에 주목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되레 국내 미술계에서는 국제적인 공신력은 차치하고 듣도 보도 못한 잡지가 언급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다고 힐난한다.

한국의 짝수 해 가을은 비엔날레 시즌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개설한 웹진 '문화관광' 2018년 11월호에서 '이달의 이슈1'로 국내에서 열리는 비엔날레(Biennale)를 다룬 것도 그래서다.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주목받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이 나오지만 강원국제비엔날레는 없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비엔날레(트리엔날레 포함)는 20여 개에 이른다. 이 숫자를 놓고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엔날레가 열리는 나라'라는 냉소가 다분하다.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새롭게 선보일 계획인 2020년에는 '울산비엔날레'까지 가세한다. 전국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것은 뻔한 사실이다. 2013년 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을 구실로 내세워 출범한 '평창비엔날레'가 '졸속'이라는 비난을 받아 예술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 추궁당하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목격했기에 걱정을 놓을 수 없다. 불상사의 원인은 익히 알고 있다. 촉박한 준비기간, 행정 미숙, 일부 미술인·예술인의 사심 섞인 조언 등이 파행을 촉발한 것이 도하 언론을 통해 제시됐다. 1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미처 쓰지도 못하고 불용처리, 해당분의 국비를 추징당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하여 조례에 명시된 바에 따라 조직위원회(재단법인)를 별도로 꾸려 운영했지만 동계올림픽에 맞춰 개최한 강원국제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단상에 오른 이사장은 미술인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 끝까지 정서에 맞지 않는 현상을 노출한 것이다. “차라리 비엔날레가 없었으면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한국미술계의 자조이자 힐난이다.

비엔날레는 '비전'이다. 현상을 토대로 미래를 조망·전망하는 것이다. 여기에 현실적인 취지가 깔린다. 시민·주민문화 향유, 관람·관광객 유치, 지역·도시의 국제적 위상 견인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역량이 결집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관건은 어떤 비엔날레를 어떻게 펼쳐내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 창설되는 울산비엔날레는 '디지털 비엔날레'로 성격을 정했다. 이에 따른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강원문화재단이 올해를 넘기지 않고 강원비엔날레 운영위원 공모를 공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모와 추천을 병행해 꾸린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관련 예산이 7억원 가까이 세워져 있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 강원비엔날레의 가치 확보 토대를 만들 것인지를 숙고할 일이다.

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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