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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강원문화재단 CEO의 조건

허문영 시인·전 춘천문인협회장

뉴스를 보니 강원문화재단이 이사장 체제에서 대표이사 체제로 개편된다고 한다. 타 시·도의 문화재단도 비상근 이사장을 두고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을 잘 구성해 재단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최대의 성과를 냈으면 하는 것이 도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동안 강원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바도 있다. 또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도 문화예술인으로서 느끼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강원국제비엔날레,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적 레거시화 등 강원문화재단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문화예술육성지원 같은 일상적 업무도 별다른 잡음 없이 계속해 왔다.

그러나 문화예술인 입장에서 볼 때 전임 이사장들이 몇 차례 바뀌고 현 이사장 체제에 오기까지 타 시·도에 비해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강원문화예술발전을 이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강원문화재단의 비상근 이사장은 지역문화예술현장에서 거의 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실무책임자들의 면면도 보지 못했다. 그저 꼭대기에서 강원도문화예술의 일정 부분을 지휘했을 뿐 문화예술단체나 지역예술가들과의 스킨십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강원문화재단이 도의 문화예술정책을 받아 그대로 추진하는 실무행정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문화예술현장과 보다 더 밀착된 문화예술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사회적 명망가나 도지사와 가까운 인사가 CEO가 아니라 강원도를 이해하고 강원문화의 속성을 잘 알며 문화예술의 발전을 꾀하고 경영책임까지 질 수 있는 전문가의 영입이 바람직한 것이다.

강원문화재단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춘천을 비롯한 전국의 문화재단에서는 가급적 공무원의 문화재단 배치를 금하거나 자제하고 순수 민간단체로 육성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재단의 책임자도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맡겨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지난해 춘천에서 열린 강원문화재단 주최 감자콘서트에 가족과 갔었다. 지역의 연극단체에서 '평화로 가는 긴 여행'을 장시간 공연했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에서 꼭 이러한 이념적 갈등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공연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강원문화재단이 남북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작품을 연말에 공연하게 한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었던 탓이다.

문화예술은 현실 정치에 휩쓸리지 않으며 삶의 본질적 가치를 심화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블랙리스트니 화이트리스트니 하는 것도 바로 정치가 문화예술을 오염시켰다는 증거다. 이번 강원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체제로의 개편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강원문화예술의 상당 부분을 아우르는 강원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즉 CEO는 강원도 문화예술에 정통하고 문화예술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사람이 임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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