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평화지역의 청사진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도민들의 열정으로 성공시킨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은 한반도는 물론 강원도 미래에 대한 지향을 전혀 새롭게 하고 있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평화지역(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필연적인 반전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평화지역에도 여러 갈래로 오고 있다. 남북평화시대 도래 기대와 함께 접경지역이 강원도 미래의 중심이 되리라는 꿈도 커지고 있다. 금강산이 다시 열리고 철로 연결이 이뤄지면 도 지형의 변모는 바로 시작된다. DMZ생태환경, 역사문화 가치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어쩌면 이곳은 이미 우리만의 것이 아닐지 모른다. 이 소중한 자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함으로써 가치를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우리 어깨에 있는 것이다. 지난달 철원 등 5개 군의 접경지대가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것도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희망 뒤편에는 조심스러운 조짐들도 적지 않다. 국방개혁2.0에 따른 군사시설 재배치로 주민 불안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양구의 경우 기존 사단이 이동할 경우 인구가 2만명 아래로 떨어진다 한다. 고령화와 함께 지역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위수지역 확대도 근심을 더 깊게 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는 고질적인 주민 불편을 덜어주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투기와 난개발의 그림자도 떨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부 지역의 지가변동은 이런 걱정이 기우만은 아닐 것임을 보여준다.

평화지역을 둘러싼 변화를 잘 관리해 이곳을 분단의 현장에서 평화의 땅으로, 대결의 공간에서 인간·자연의 공존지대로, 낙후지역에서 교류협력의 거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다. 차분하고 세심한 준비와 이를 뒷받침하는 거버넌스의 정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연초에 정부가 제시한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이 상당한 투자 규모에도 기대만큼 공감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역에 대한 일부 구상이나 사업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의 접경지역 정책 수립의 틀은 2011년 전면 개정된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은 과거 안보를 위해 희생한 주민들에 대한 보상적 배려를 넘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등 진전된 내용을 담고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립이 고착화된 시기의 개선책으로의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포괄적으로 대응함은 물론 긴 안목에서 지역의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으려면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이 법에서는 총리가 위원장인 '접경지역정책심의위원회'도 두고 있는데 관련 부처와 3개 광역시·도,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제 접경지역의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전제로 생태환경전문가, NGO 등까지 참여를 확대하고 분과위원회 설치 등 활발한 회의 운용을 통해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정리해 나가야 한다. 강원도, 경기도 등 평화지역을 공유하고 있는 자치단체 간 협업도 강화돼야 한다. 우리 도의 경우에도 보다 체계적인 평화지역 설계를 위한 효율적 협력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강원평화지역 미래를 위한 민관군 상설협의체(가칭)'의 구성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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