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초대 경찰청장이었던 김구 선생

김택근 강원지방경찰청 경무과장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구 선생이 초대 경찰청장을 지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범 선생이 임시정부에서 처음으로 맡은 직책이 경무국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있지만, 경무국장이 지금의 경찰청장에 해당되는 직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임시정부의 직제 속에 경무국이 있고, 경무국은 지금의 경찰청에 해당되므로 따라서 경무국장은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현재 경찰은 '경찰역사 찾기' 운동을 전개해 임시정부 요인들을 경호하고 현지 교민들을 보호하며 일제의 밀정을 처단한 경무국원과 독립운동가 출신으로서 광복 후 경찰에 투신한 사람들을 다수 발견함으로써 우리 경찰이 친일파 출신 경찰 일색이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가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에서도 적극적인 역사 발굴 작업을 전개한 결과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피는 살어 있었다'라는 독립군 시절의 투쟁을 책으로 편찬해 낸 김준경 전 횡성·장성(현 태백)경찰서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을 발굴했고, 지금도 계속 발굴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경찰은 6·25전쟁 기간 1만5,000명이 넘게 전사했는데 이는 당시 전체 경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었다. 6·25전쟁 최초의 전사자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6·25전쟁 발발 당일 강릉경찰서 정동진 해안초소에서 근무 중 기습 남침한 북한군을 저지하다가 전사한 전대욱 경사(추서)가 6·25전쟁 최초의 전사자다.

6·25전쟁 당일 3시간 이상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하다 전원 전사한 노종해 경감 등 11명의 춘천경찰서 내평지서 경찰관이 있었기에 국군이 방어태세를 마련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춘천대첩도 가능했고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영월군 녹전에서 김해수 경감이 지휘하는 강원경찰 전투경찰대 제8대대 제1중대는 중요한 국가 전략시설인 영월 화력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북한군과 교전하다 24명이 전사했다. 이외에도 강원경찰은 포항전투, 청송지구 전투, 태백산 지구 공비소탕작전 등 많은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경찰관이 산화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흘러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고 또한 미래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발굴하고 계승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번 주는 경찰의 날이 포함된 경찰주간이다. 경찰주간을 맞이해 초대 경찰청장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경찰 선배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산화한 호국 경찰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광복 후 경찰에서 발행한 경찰관 교양잡지 '민주경찰' 창간호에 백범 김구 선생이 당부했던 글을 인용하며 글을 끝맺고자 한다.

'내가 경관 동지들에게 간절히 바라고 당부하는 것은 우리 경관들이 자주독립과 애국안민의 정신을 기준으로 모든 경찰업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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