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변방을 넘어, 동북아 중심이 되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강원도평생교육진흥원장

해가 솟는다. 설악에, 태백에, 치악에. 저 해는 어제의 해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새롭게 하라는 진군나팔이다. 2020년을 터전으로 나라와 지역을 다시 설계하라는 명령이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전쟁의 상흔과 절대빈곤을 넘어 최단시간 나라를 일으킨 이가 바로 우리다. 압축성장 과정에서의 불균형과 모순을 치유하려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민주화도 성취했다. 한류로 상징되는 문화는 세계를 움직이는 엄청난 에너지다. 도전과 시련을 넘어 국가시스템을 균형 있고 성숙하게 만드는 치열한 여정을 온 국민이 함께해 왔던 것이다.

과거의 성취는 우리의 절박함에 더해 신생개도국에 대해 관대했던 국제 분업체계의 덕을 본 바 크다. 지금은 모든 조건이 바뀌었다. 아무도 우리 운명을 돌봐주지 않는 절체절명 각자도생의 정글이다. 안으로는 수많은 구조적 난제가 쌓인 지 오래다. 양극화, 갈등, 저출산, 고령화, 성장잠재력 저하. 이들은 귀에 박힌 인처럼 일상의 명사로 내려앉았다.

늦지 않았다. 이 아침 모두가 결심하고 마음을 열면 되는 것이다. 해마다 달력이 바뀌는 것은 그런 계기를 가지라는 섭리다. 안으로는 역동적이고 밖으로는 품격 높은 나라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해야 한다. 지체하면 나락은 깊어진다. 함께 나서야 할 근원적 과제를 몇 가지 끄집어내 보자.

먼저 배려와 타협이 일상적인 나라. 진영이 갈리고 세대는 나뉘고 성에 혐오까지 넘치는 이분법의 세상이다. 해결 단초는 찾기 힘들고 통합 논의기제 안에서는 바깥 분열구조가 재생산된다. 포용적이고 공정한 규범에 대한 합의과정과 룰을 존중하는 관행이 바로 서야 한다. 갈등은 비용을 증폭시킨다. 갈등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1%(400조원 내외)라고 한다. 어느덧 한국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기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세 번째다. 이러한 비용을 계속 이고 가는 것은 자해행위다. 행정과 사회시스템이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성공을 이끈 교육의 기적을 다시 만들자. 교육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공동체를 새롭게 하는 작업이다. 단단한 기초학력을 우선하고 다양한 가치가 조화로운 교육을 꾸리는 것이다. 입시가 지배하는 무너진 교실은 결코 답이 아니다. 지역의 모든 주체가 같이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자치다. 평생교육도 세대별로 정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공간구조는 미래 관점에서 다시 보자. 갖은 노력에도 수도권은 살찌고 구심력은 커지고 있다. 시계를 한반도 전체로 넓히자. 그래야 답이 나온다. 수도권에는 숨 쉴 공간을 남기고 지역은 소멸의 공포를 덜며 나라 전체로는 대륙에의 꿈을 키우는 것이다. 다가올 평화 시대는 차분히 실사구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개별적이고 다양한 구상과 시도가 미래에도 정합성을 이뤄야 한다. 특히 규제혁파에 활로가 활짝 열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어려울수록 강인해지고 활발해지는 타고난 DNA가 있다. 힘든 고비를 기회로 만든 놀라운 기록은 셀 수도 없다. 우여곡절에도 한반도 평화 시대가 머지않다. 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만들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정치도 선거도 이 과업에 복속돼야 한다. 변방을 넘어 동북아 중심으로 가고 있는 우리 강원도는 더욱 그렇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