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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SOS, 지구를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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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한국기후변화연구원장

'SOS 기후행동! 나의 지구를 구해줘.' 50번째로 맞은 '지구의 날(Earth Day·4월22일)'과 올해로 12번째 운영하는 기후변화주간에 내걸린 슬로건이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겪는 공통 사안이다. 지구촌 도처에서 40~5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이 몇 년째 계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실감하고 있다. 한국의 3대 겨울축제인 화천산천어, 태백산눈꽃, 평창송어축제가 따뜻한 겨울 날씨로 모두 피해를 입었다. 또 나날이 더해가는 가뭄과 산불, 폭풍과 홍수, 극지방 해빙과 해수면 상승 같은 이변이 지구촌 곳곳에서 속출, 매년 수백조원의 재산 피해와 수천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팬데믹으로 선언된 코로나19는 이미 상당 기간 진행돼 온 기후변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가 수인성·식품 매개 및 곤충 매개 감염병의 전파를 촉진하는 동시에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발생의 위험을 높인 것이다. 의학계에서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번식 환경이 조성돼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설마 지구가 멸망하겠어?”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다. 일부 회의론자는 IPCC(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가 “지금 상태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60~80년 후 평균온도가 3.7도 이상 상승할 수도 있고, 이는 생물과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극단적이며 정치적인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우리 앞에 펼쳐진 우울한 지구의 미래상이 허언이 아니라 실존적 위기라는 측면에서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구 위기(Earth Crisis)'가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인류는 새로운 전쟁 국면에 처해 있다. 과거와 같이 군사전쟁으로 나라와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충돌행위 없이도 국토와 서식지를 통째로 잃는 일이 생기고 있다. 해수면 상승이 시작돼 몰디브를 비롯한 남태평양 섬나라의 침몰이 진행 중이며, 나중엔 런던, 뭄바이, 상하이 등 바닷가 도시마저 잠길 수 있다. 사막화로 인해 몽고의 거대 호수가 사라졌고 유목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로 내몰렸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냥 기후가 변화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Crisis)'이고 '비상사태(Emergency)'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기후 비상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심는 등의 작은 실천이 침몰하는 몰디브를 구할 수 있다. 이제는 감축 노력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흡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만큼 흡수 노력을 기울여 '순 제로'(Net Zero) 배출을 달성하자는 운동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대표적 백신은 나무 심기라고 한다. 몽고 사막과 아마존의 식생 복원, 태평양 맹글로브 숲의 대규모 복원이 시급하다.

많은 전문가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존전략으로 우리 모두의 가치관과 행동, 사회기반시설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구의 위기를 함께 인식하고 적합하게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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