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창간 67주년 특집]30여년 몸 담은 교단 떠나 지역공동체 설립

[100세 시대를 연다]정년은 없다…퇴임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

"은퇴자들 모아 재능기부 계획"

이천식 춘천도시농업센터 대표

“물질적 가치를 내려놓은 것…. 그것이 제 두 번째 인생의 성공 요인이죠.”

나무 분진이 하얗게 쌓인 작업장에서 만난 이천식(60) 춘천도시농업센터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난 2010년 2월, 30여 년이 넘게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가 돌연 교직에서 물러났다. 한창 일을 해야 할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그가 지금까지 누렸던 풍요로움을 다시금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8년 춘천도시농업센터를 조직했다. 지역의 소외계층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모여 시작된 센터는 기계 자동화시설보다는 수공작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원칙으로 차별성을 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말고는 해 본 것이 없었던 그에게는 오로지 낙천적인 성격과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줄 아는 담대함뿐이었다.

밤새도록 혼자 공부하며 만든 물건을 완성품으로 직원들 앞에 보였을 때의 기쁨은 그에게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사업 초반 그에게도 어려운 일은 많았다. 지역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선듯 그의 뜻을 따라주는 이는 없었다. 작업장을 세울 부지 마련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완성된 제품을 판매할 판로 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센터는 어느덧 연매출(지난해 9월~올해 6월 매출) 1억여원을 올리는 건실한 기업이 됐고, 텃밭상자, 목공 작업장 체험, 어린이 생태학습 등을 찾는 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도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다.

그는 “춘천지역의 사회적경제구조를 확고히 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순환경제 모델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그는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은퇴자들을 모아 재능기부를 계획하고 있고, 도내에는 아직 없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작업장을 나오는 길에 이 대표가 오늘 낳은 신선한 것이라며 건넨 달걀에 시선이 고정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헤르만 헤세가 쓴 데미안의 글귀가 문뜩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자신에게 둘러싸인 껍질을 깨고 나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는 이 대표의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

홍현표기자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