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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넘어 세계로]“추위에 떨면서도 잊지 않은 미소·친절…그들이 역사를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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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패럴림픽 최고의 유산으로 꼽히는 자원봉사자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자원봉사자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 위해 26일 한자리에 모인 김선정(왼쪽부터), 박옥순, 정욱화 소장.

2018평창동계올림픽·동계패럴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이 '성공올림픽'이라는 평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 처럼 전 세계 인류 화합의 스포츠제전이 호평 속에 마무리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신들도 자원봉사자들의 친절이야말로 평창올림픽이 남긴 최대의 유산이라고 이견 없이 평가하고 있다. 1만5,0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는 경기장은 물론 개최도시 곳곳을 누비며 명품 활약을 펼쳤다. 영국의 BBC가 이들을 '평창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언급한 그 이면에는 이들이 전천후 친절 도우미가 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한 강릉과 평창, 정선의 자원봉사센터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8일째 되는 날인 26일, 강릉시자원봉사센터에서 김선정(56) 강릉시자원봉사센터소장, 정욱화(64) 평창군자원봉사센터소장, 박옥순(64)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소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자원봉사'에 대해 말한다. 워낙 그들의 활동이 우리 삶 속에 당연한 듯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이라는 짧은 질문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있게 손을 들 수 있을까.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그들이, 또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어슴푸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그런 힘든 일을 스스로 나서서, 그것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겁 없이 뛰어든 이들의 시선에서 올림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단순히 사명감이라는 간단한 말로 그들의 지금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김선정 강릉시자원봉사센터 소장.

IOC·조직위원장 고맙다 말할 때

자원봉사자 모두 눈물 펑펑 쏟아

조직위와 행정 네트워크에 아쉬움

사이에 낀 봉사자들 너무 힘들어

개최도시 자원봉사센터장에게 묻는 소회…, 첫마디는 모두 '허탈감'이었다. 그들의 쏟은 노력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동계패럴림픽까지 모두 끝나고 성화의 불이 꺼지니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허탈감도 느꼈습니다(정욱화 평창군자원봉사센터 소장·이하 정 소장).”

“처음 올림픽 시작할 때는 시작이 반이구나는 생각에 신기한 느낌도 들고 큰일을 앞둔 벅찬 마음도 있었는 데 막상 끝나니 키우던 아기 시집보낸 심정입니다. 너무 허전한 마음도 들고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자긍심도 생겼습니다(박옥순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소장·이하 박 소장).”

“올림픽 폐회식 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참가했는데 그날 많이 추웠어요. 봉사자들이 마지막까지 미소 지으며 안내를 해주는데 정말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바흐 IOC위원장과 이희범 평창올림픽위원장 모두 '자원봉사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고 말할 때는 자원봉사자 모두 펑펑 울었습니다(김선정 강릉시자원봉사센터 소장·이하 김 소장).”

그들이 겪은 고생은 차가운 칼바람처럼 날카롭고 매서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고생'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보람'이라는 뿌듯함이 뒤섞인 '양가감정' 같은 것이었다.

“실내에서 자원봉사를 하든, 밖에서 하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다 똑같습니다. 정선은 자원봉사자들 중 연세 많은 분이 많았는데 그들이 오전 6시부터 나와 경기 끝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벌기 위해 나오라면 이렇게 열심히 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들 하얀 눈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칼바람에 고생했지만 오히려 보람됐다는 말을 많이 해 고생이 고생 같지 않았습니다(박 소장).”

“평창올림픽이라는 명칭 때문에 대관령면이 아닌 평창읍으로 잘못 가신 분들, 평창역에서 내려 셔틀버스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 분들이 많았어요. 정보 부족으로 엉뚱한 곳으로 간 분들의 항의는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감내해야 했었죠.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작은 변화가 생겼을 때, 그런 일들에 많은 보람을 느끼셨죠(정 소장).”

◇정욱화 평창군자원봉사센터 소장.

카드 잃어버린 외국인 재워주고

다음날 함께 가 재발급까지 도와

성화의 불이 거지고 허탈감 느껴

봉사자들에게 진짜 감사 전하고파

그들이 풀어놓는 에피소드는 모두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부산에 사는 외국인이 평창읍으로 잘못왔는데 카드까지 잃어버린 거예요. 한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 재우고 다음 날 강릉까지 함께 가 카드를 재발급해주고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또 외국인 통역을 맡은 학생과 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까지 픽업봉사를 한 일이 기억나네요. 하나하나 쉬운 일이 아닌데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정 소장).”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에게 길을 설명하다 안 되면 차에 태워 아예 해당 지역까지 모셔다 드리는 일이 많았어요. 안타까우니 몸이 먼저 움직인 거죠(박 소장).”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조직위와 행정이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좋았을 텐데 네트워크가 안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네요. 다 지난 일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그 사이에 껴서 너무 힘들었었죠(김 소장).”

◇박옥순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소장.

연세 높은 어르신들 동참도 많아

고생보다 보람됐다는 말 많이해

올림픽 같은 큰 국제행사 치러내

자신감 얻은 것 무엇보다 큰 소득

이들은 평창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면서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할까요. 올림픽같이 큰 행사도 치렀는데 이제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박 소장).”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헌신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각자의 역할을 주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시스템도 배웠고 시간과 약속의 소중함도 배웠습니다(정 소장).”

“올림픽의 경험이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시민문화, 의식 변화가 시작되고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김 소장).”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에서 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지역의 자원봉사 리더로 돌아가는 그들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연신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진짜 역사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자원봉사자들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정 소장).”

“시민들이 올림픽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고 손 한번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습니다(김 소장).”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사랑, 배려는 앞으로 지역 구석구석 힘든 곳에 사랑과 나눔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박 소장).”

글=조상원·오석기기자·사진=권태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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