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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넘어 세계로]“쉬는 날도 자원해 나온 봉사자들…그 열정이 올림픽을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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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대회 묵묵히 도운 박종인 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어떻게 오셨습니까. ”

“이사장님 만나 뵈러 왔습니다.”

“아… 회장님이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늦게 그의 사무실에 닿을 수 있었다. 도자원봉사센터를 들렀다 오는 길이니 약속시간은 당연히 늦은 상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함박웃음이 맞이한다. “고생했어요. 제가 장소를 정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합니다(웃음).” 박종인 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기업체 회장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도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 이사장이라는 직함이 너무 자연스러워 무턱대고 그쪽 사무실을 찾아간 것이 실수였다. 그만큼 이사장이 더 익숙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센터 이사장이라지만 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가 38일이라는 기간 동안 온전히 올림픽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하지만 인터뷰는 자원봉사자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오늘(본보 27일자 22면 보도) 강원일보에 나온 평창·강릉·정선 자원봉사센터장님들 기사 너무 잘 봤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이분들이 정말로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자리에 앉기도 전에 허를 찔렸다. 박 이사장에게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하며 인터뷰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은 한 일이 없는데 굳이 왜 찾아왔냐고 반문까지 한다. 당황스러운 분위기. 하지만 올림픽 내내 노심초사한 그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올림픽이 다 끝난 지금의 느낌은 어떤지 '그냥' 모른 척, 첫 질문으로 툭하고 던졌다.

“글쎄요…” 잘못봤을까.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린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다.

“올림픽 동참이 가문의 영광이라던 봉사자들

버스시간 때문에 아침도 못 먹고 일하기도

자원봉사자들 경기 관람 도우려 동분서주”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애 많이 쓰셨어요. 과정은 길었지만 일단 끝내놓고 나니까 뭐랄까….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드네요.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좀 더 남은 것 같은데,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은데 하는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할까요. 아무튼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너무너무 잘했어요. 진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올림픽의 진정한 스타라는 호평을 받은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속에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센터는 올림픽이 열리기 2년 전인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평창올림픽에서 활동을 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고, 면접을 거쳐 이들에게 맞춤 교육을 실시했다.

“전국적으로 9만명이 몰렸었죠. 올림픽 붐업을 걱정하던 때였는데도 상당히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분들이죠. 그렇게 신청한 분 중에서 면접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시 교육대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됐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 만큼 세계인을 맞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본격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선발하고 기본교육과 직무교육, 리더교육, 언어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센터는 빠르게 올림픽 체제로 전환됐다.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자 추위가 문제였다.

“평창올림픽이 시작하고 나면서 언론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처우 문제가 많이 오르내렸어요. 실제 자원봉사자들의 방한복에 대한 지적들이 많았는데 참 마음이 아팠죠. 그나마 (조직위 자원봉사자와는 별개로)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은 별도로 방한복을 구입할 수 있어서 조금 나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발열 조끼를 지원해 주신 L홈쇼핑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일할 수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제야 밝히는 것이지만 버스는 오전 7시50분에 출발하는데 아침식사가 오전 8시에 나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생각해보세요.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밥도 못먹고 일을 시작하니. 하지만 그분들은 별다른 불만제기도 없이 묵묵히 일을 한거예요. 나중에 알고 빵과 우유도 제공하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쉬웠던 부분이었죠.”

박 이사장의 앞선 말처럼 강원도 자원봉사자와 조직위 자원봉사자는 별도로 운영됐다. 박 이사장은 두 조직이 통합 운영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해본다고 한다.

“많은 부분이 공감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맡은 영역이 달라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예요. 아무튼 올림픽 기간 약간의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진 건 사실입니다. 사실 좀 서운한 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 일을 했든지 자원봉사를 하려고 모인 분들의 뜻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에서 쌓은 노하우를 앞으로 함께 공유하는 계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박 이사장은 아무리 그래도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평창올림픽을 살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외곽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했는데, 어떤 자원봉사자들은 관광객을 맡아서, 말하자면 맨투맨으로 길 안내를 하고 음식점까지 소개를 했으니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을 한 겁니까. 이런 분이 상당히 많았어요. 비번인 날도 스스로 자원해서 일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고생은 참 많았는데 끝나고 나서 이분들이 오히려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고요. 이런 자부심이 있으니 그 어려운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조직위 자원봉사 별도 운영 거리감 느껴

올림픽서 쌓은 노하우 공유할 계기 있었으면

동계AG 열리면 새로운 분이 더 잘 준비하길”

하지만 박 이사장은 일만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들에게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여기저기 표를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은)바깥에서 전부 돌다보니 정작 경기를 본 분들이 얼마 없는거예요. 이럴 수 있냐고 항의를 했었죠 제가. 경기장 안에 들어가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원칙상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렇겠죠, 당연히. 그래서 각 기관이 구입해서 저희 센터로 보낸 표를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경기 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는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을 때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사실 생각을 못하고 있었거든요.바흐 IOC위원장이 폐회식 연설에서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특별한 인사를 전하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바로 그거거든요. 정말 잘했다. 고생했다. 그 얘기 한마디 듣고 싶은 겁니다. 그런 데서 보람을 느끼죠.”

2020년 그의 연임 임기도 마무리 된다고 한다.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 그때 또다시 올림픽 때 쌓은 자원봉사 노하우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만약에 다시 한번 한다면 좀 더 조직적으로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것 말이죠.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면 자원봉사자들이 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그런 마음이 있긴 있어요. 하지만 그때 되면 새로운 분이 좀 더 공부를 하셔서 완벽하게 준비를 하셔야죠. 저는 그때되면 온전히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시니어(Senior) 자원봉사자로 활약하고 있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사진=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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