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심은석이 만난 사람]“침체된 경제 살리려면 강원도에 공부하러 온 학생들 우대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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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사상 첫 연임 김중수 총장

◇김중수 한림대 총장(사진 왼쪽)이 본보 심은석 사회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부터),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제6대를 역임한 데 이어 9대, 10대까지 사상 첫 연임 총장이다. 그는 “대학의 대내외 환경이 상당히 어렵다. '전쟁 중엔 장수 안 바꾼다'는 전략도 재단에서 연임을 결정한 요인이 되지 않았겠어요?”라고 말했다. 신세희기자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국내외에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경제학자다. 한국개발원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역임한 실물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제6대 한림대 총장을 역임한 데 이어 9대, 10대까지 한림대 사상 첫 연임 총장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만남을 청했다. 지난달 21일 한림대 총장실에서 만나 한림대의 미래 비전,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방안 등을 들었다. 평소 온화한 모습 속에 담겨 있는 경제학자, 교육전문가로서의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면 이날은 녹록지 않은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는 비장한 장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금·기술은 외부 조달 가능

인재는 지역 대학서 배출해야

창업 수월하고 외부기업 유치

지방정부 예산 교육 투자 필요

'세계 지식의 보고' 美 대학교육

그 중심에는 사립대학이 앞장서

한림대 글로벌 경쟁력 갖추면서

선진국 반열 올려놓을 인재 양성

■한림대 사상 첫 연임 총장이 되셨습니다. 앞으로 4년에 대한 비전과 포부가 있다면

“무엇보다 대학의 대내외 환경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연임하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전쟁 중엔 장수 안 바꾼다'는 전략도 재단에서 연임을 결정한 요인이 되지 않았겠어요? 이미 추진하고 있는 개혁 과제들을 안착시키고 미완의 개혁 과제들은 계속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선진국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교육·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세계적인 개혁 성공 사례들도 15년 이상 진행될 정도로 개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한림의 국제 경쟁력을 계속 높여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학생 중심 교육'을 표방하며 국제화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학생 중심 교육은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당연하게 지향해야 할 교육 목표입니다. 수요자 위주의 교육을 추구하면서 학생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우리나라를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할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대담 중 영국QS의 '2020세계대학 평가'에서 한림대가 국내 19위, 세계 순위는 전년보다 40위 오른 551~560위를 차지했고 이만큼 상승세가 빠른 학교가 없다는 지난해 강원일보 보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지난 몇 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는 현재의 개혁 정책은 꾸준히 추진하면서 중장기 비전을 만들고 실천해 나갈 겁니다. 글로벌화 추세에 뒤처지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것입니다.”

■스쿨제, 복수전공 필수화, 소속변경 자율화, 융합전공 확대 등도 주목받고 있더군요

“많은 변화를 시도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리가 추진한 과제들은 대부분 선진 일류 대학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별로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대학간 별 차이 없이 획일화된 상태에서 우리 학교가 시도하는 교육 쇄신은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복수전공, 융합전공 등을 통해 재학 중 실력을 쌓고 졸업 후에는 취업, 창업, 공직 등 어느 길로 가더라도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도록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림대가 앞으로 글로벌 명문 사립대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세계 지식의 보고이며 연구와 교육을 이끌고 있는 미국 대학교육의 중심은 모두 사립대학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세계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데 사립대학이 앞장서고 있지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기치 아래 한림은 글로벌화에 더욱 주력하려고 합니다.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대학이 되어야겠습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평소 강조하고 계신 '지역 발전의 핵심은 명문대학의 존재' 지론과 일맥상통합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과 관련한 만병통치약적인 묘책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묘안은 더더욱 없다고 봅니다. 대학도 이념적이거나 논리에 집착한 상아탑에서 벗어나 실용적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나 정책 대안 마련에 기여하면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연구나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국내외 경제 전망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IMF가 미국, 중국, 일본의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IMF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고, 현재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불평등과 금융부문 불안정을 두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경제위기 관리는 무엇보다도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이 돼야 합니다. 경제번영 불변의 법칙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저생산성 계층에 대한 교육과 훈련투자를 증대해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것입니다. 거시경제 성장전략도 이 같은 정책의 근본이 올바로 정립돼야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침체된 강원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금과 기술은 외부에서 조달 가능하지만 인재는 그 지역의 대학에서 배출해야 창업이 수월하고 외부기업 유치도 가능합니다. 지방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역대학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기를 기대합니다. 대학은 소비처가 아니고 인재를 양성하는 투자처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멋있는 대학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연구시설의 확충에도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원도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지향적 성향을 아쉬워 할 의향은 조금도 없습니다. 단지 강원도로 공부하러 온 학생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우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중 일부라도 강원도에 남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이들의 강원도에서의 활발한 대학생활 자체가 강원도 경제 활력의 추동력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6년 총장 취임 당시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강원도민으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강원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원도는 저에게는 제2의 고향입니다. 아니 지금의 고향입니다. 낙후된 경제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경제정책을 공부한 저의 책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방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과 환경이 요구된다고 믿습니다. 남들이 들어오기 쉽고, 들어와서는 함께 일하기 쉬운 '유연한 제도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발전을 경험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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