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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노래 통해 아이들이 한국인의 자긍심 갖도록 해주는 게 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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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제시카송' 원곡 `독도는 우리 땅' 작사·작곡 원주 출신 박인호씨

◇'독도는 우리 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원작자인 박인호씨를 본보 신형철 정치부장이 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승선기자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과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사촌/…”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속 박사장(이선균)네 영어 과외 교사로 취직한 기우(최우식)는 동생 기정(박소담)을 유능한 미술 선생님으로 연교(조여정)에게 소개하기 앞서 두 사람은 기정의 가짜 프로필을 되짚는다. 이들은 이때 프로필을 '독도는 우리 땅' 가사를 개사해 노래로 부른다. 10초가량의 이 장면으로 박소담의 '제시카송'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원곡인 '독도는 우리 땅'도 재조명받았다. 가수 겸 개그맨 정광태씨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의 작사·작곡가는 원주 출신 박인호(69·본명 박문영)씨다. 지금은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가수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가수 인순이씨가 부른 '아름다운 우리나라' 등 친숙한 가요를 다수 작사·작곡했다. 영화 '기생충' 성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박인호 작곡가를 지난 18일 만났다.

'독도는 우리 땅' 전 세계적 주목 이유? “기억에 남는 멜로디!”

일본 의식해서 쓴 가사 아니었는데 나중에 日 시비·외교부 항의

우리 자존감 세우고 싶어 만든 곡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12년째 춘천서 생활 … 공연 비롯해 청소년 위한 다양한 활동 중

■박 작곡가의 고향이 강원도인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아버지는 원주, 어머니는 평창이 고향이신 강원도 사람이다. 부모님이 원주에 사셨고 전쟁 중이던 1952년 피란갔던 부산에서 태어났다. 전쟁 후 원주가 아닌 부모님이 서울로 가시면서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춘천에는 2008년 이사 와서 쭉 살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내가 유명 작사가 반야월의 아들로 나와 있는데 전혀 아니다. 나는 원주 출신 목수의 아들이다. 이 얘기는 꼭 넣어달라. 반야월의 친일행적으로 정말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춘천에 자리 잡은 이유는=“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서다. 10년 전 이사할 때는 아니었는데 점점 철도도 생기고 고속도로도 놓였다. 여러 이유로 미국에서 7년 정도 살다가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어디에서 살까 찾다가 마침 춘천에 들렀는데 너무 좋았고 아내가 덜컥 아파트를 계약했다. 사실은 낮은 아파트 가격도 한몫했다.”

■춘천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는가=“강원도교육청 등과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활동도 하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에는 학생들을 위한 세계평화지역페스티벌을 진행했었다. 당시 학생들에게 올림픽 정신과 평화 정신을 알리고 함께 토의하는 등 보이지 않는 활동을 했다. 기회가 되면 동요 강사도 하고 시·군 축제에서 공연도 하고 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독도는 우리 땅'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저작권료는 얼마나 되나=“두 노래를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저작권은 방송에 나온 횟수가 중요하다. 정작 방송에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노래 발표 당시에는 저작권 제도가 자리 잡지 않았고 요즘에는 방송을 타지 않는다. 히트곡이 두 개나 되지만 저작권료 수익은 거의 없다. 에이,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난 우리나라에서 범용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독도는 우리 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웃음). 지난해 초 영화사 측에서 연락이 와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처음에는 무료로 준다고 했는데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고 해서 소정의 비용만 받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나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단 곡을 잘 썼더라(웃음). 그리고 기억에 남는 멜로디다. 미국의 징글벨과 비슷하다. 징글벨과 음정이 같은데 징글벨은 장조고 '독도는 우리 땅'은 단조다. 4마디면 표절인데 딱 한마디만 같더라. 세계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는 음감이 들어가 있었다. 신기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사람들도 나도 의식을 못 한 것 같다.”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KBS 라디오 PD겸 유머1번지 작가를 하던 1982년에 개그맨들이 출연을 못 하면 돈을 못 받았다. 그래서 여름께 역할이 없던 개그맨들에게 유머1번지 출연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담당 PD가 뭐 할 것 없냐고 묻길래 “단체로 다 나와 부를 수 있는 노래라도 만들어 부르게 하죠” 하고 말해 놓고 시작한 게 '독도는 우리 땅'이었다. 곧바로 도서관에 가서 백과사전에서 '독도'를 찾았고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를 만들고 음을 붙였다. 순식간이었다.”

■독도를 주제로 한 이유가 있었나=“당시 독도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잊기 쉬운 국토가 무엇일까 생각하니 '독도'가 떠올랐고 '외로운 섬'이라고 느껴져 노래를 만들면 애국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토사랑이 나라사랑이니까. 사실 가사 중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때는 일본을 의식하고 만든 건 아니었다. 우리 땅이라는 걸 알리는 대목이었는데 나중에 일본이 시비를 걸어 왔다. 실제 당시에도 일본이 시비를 걸었고 외교부에서도 항의가 많아 한때 방송가에서는 속칭 '칠판 금지곡'으로 걸렸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어떻게 만들었나=“일본이 자꾸 문제를 삼으니까 우리 자존감을 세우는 노래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 100명을 뽑아 만들었다. 3일 걸렸다. 어린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심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박 작곡가의 사랑은 지난해 제작한 '동요… 내마음의 고향' 앨범에서도 느껴진다. 과수원길부터 고향의 봄, 섬집 아기, 오빠 생각 등 동요를 박 작곡가가 원곡 그대로 불렀다.

■대화를 나눌수록 '한국인 이라는 자존감'과 '세대 공감' '아이들'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동요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내가 예술가로서 아이들과 세대공감,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일이라고 본다.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에 확실하게 한국인이라는 입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같은 생각이 입력이 돼야 다른 나라에서도 잘 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과거 함께했던 은둔 포크 가수들을 찾고 있다. 같이 거리에서 공연할 계획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요도 부르고 축제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 춘천은 창의성이 가득한 도시다. 예술가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난 '낭만파 음악가'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음악이 어디서부터 나오고 기초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데 힘 쓸 예정이다.”

박인호 작곡가는 서울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KBS와 SBS에서 PD를 거쳤다. 그 전에는 통기타 듀엣 '논두렁밭두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장편 '제국의 부활'이 소설공모전에서 1위에 당선되기도 했고 저서도 30권에 이른다.

다재다능한 박 작곡가는 “동요를 부르는 사람은 일탈하면 큰일 난다. 올바르게 살았다”면서도 “지난해 50여년 만에 앨범을 냈는데 잘되고 있다. 불러주는 곳이 많아 여기저기 축제도 많이 다닌다”고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신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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