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중언]돌잡이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이 지은 ‘조선의 상식’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서 1년이 되면 아슬아슬한 위기를 대개 벗어난다. 이처럼 든든한 장래를 기약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때쯤 아기가 앉는 것은 물론이요, 서서 기동하고 슬기와 인성이 발달한다”고 했다. 즉 아기가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시각대로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예부터 아기가 첫돌이 되면 특별한 축하연을 벌였다. 이 잔치에 ‘돌잡이’라는 독특한 풍속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첫돌 상에 쌀, 붓, 돈, 실, 국수, 바늘, 활, 책, 대추 등을 펼쳐놓고 아기가 잡는 것을 보면서 장래를 상상하는 동양 특유의 생일 문화다. 아기의 적성을 미리 알기 위함도 있지만 사물을 처음 가리는 시험이기도 하다. 생일상에 차려진 물건들은 대부분 직업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아기가 책·붓·연필 등을 집으면 학자가 되고 대추를 집으면 자손이 번창한다고 생각했다. 실과 국수는 장수, 돈과 쌀은 재물, 자와 바늘은 손재주를 의미했다. 요즘에는 마이크, 마우스, 청진기, 골프공 등도 올려놓는다고 한다. ▼국조보감(國朝寶鑑)에 “정조(正祖) 15년 6월 원자(元子)의 돌날 온갖 장난감을 담은 소반을 집복헌(集福軒)에 차려놓고 여러 신하들이 와서 축하의 말을 하고…유배 이하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의 죄명을 씻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중국의 ‘안씨가훈(顔氏家訓)’을 인용해 한국의 돌잔치 풍습이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돌잡이를 시주(試周), 시아(試兒)라고 하며 육조시대부터 있었다. ▼곧 출범할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인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위는 이명박 당선자가 차리는 첫 상(床)과 다름이 없다. ‘예비 청와대’ 역할을 할 인수위를 통해 새 정부의 방향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떠한 정국 구상을 올려놓고 선택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1년 후 새 정부 첫돌 상도 함께 지켜볼 일이다. 조광래논설실장·krcho@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