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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기초수급 할머니의 기부

우리나라는 향약 두레 계 품앗이를 통해 예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을 도왔다. 그리고 지역 유지들은 천재지변 등으로 마을이 고통을 겪게 되면 곳간을 열어 굶주린 이웃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풍약속이다. 또 그것을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의 하나로 간주했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기부'라고 하는 것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기부 천사'로 통하는 가수 김장훈은 월세 아파트에 살면서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10여 년간 기부한 금액만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김장훈은 2010년 말에는 '공개 기부'를 발표했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기부나 자비란 강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조용한 비가 땅 위에 떨어져 내리듯이, 그렇게 쏟아지는 것이다.” 소설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서다. 그의 말처럼 기부는 누가 권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땀 흘려 번 돈을 누군가에게 나눠 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탓이다.

▼기부문화가 확산되면 흐뭇한 일이다.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사실 '위대한 행동'이란 따로 없다. 사랑으로 베푸는 1%의 소득, 1%의 시간, 1%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 작은 마음과 손길 하나하나 모이면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지게 마련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홀로 생활하는 원주 소초면에 사는 안복례(74) 할머니가 수십 년 동안 아껴 모은 돈 500만 원을 지난 3일 면사무소에 기부했다. 나라에서 지원금도 주고 반찬도 가져다줘 혼자 사는 노인은 돈 쓸 일이 별로 없으니 더 힘든 사람을 위해 써 달라는 것이다. 안 할머니의 기부는 '나눔엔 귀천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람 크기는 벌어놓은 돈이 아니라 돈 쓰는 방법으로 잰다”고 했을까? 안 할머니의 기부가 엄동설한에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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