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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그리다이언 클럽'

우리나라의 회의 분위기는 너무 엄숙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나 수석회의, 각 정당의 회의 모습을 보면 진지하다 못해 무겁다. 신문이나 TV에 보도되는 회의 장면에는 참석자들이 언제나 근엄한 자세로 앉아있거나 받아쓰는 진풍경(?)밖에 없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회의석상에 유머나 가벼운 농담도 없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Gridiron·석쇠) 클럽은 매년 3월 대통령, 상하의원 등을 초청해 재담, 촌극 등으로 그들을 풍자하는 행사를 갖는다. 이날은 대통령도 최고의 유머를 쏟아내고 기자들도 따끔한 풍자로 정치인을 비판한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은 '그슬리되 태우지 않는다(Singe, but never burn)'는 것이다. 1885년 시작된 이 행사는 대통령과 국민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그리다이언 클럽에 참석, 70세인 바이든 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에 대해 “야심찬 정치가인 그를 만나 한마디 해줬다. '조, 교황이 되기에는 너무 젊어요'라고 했다”고 농담해 폭소를 자아냈다. 부시 대통령 시절 기자들은 그를 조롱하는 '더브야(Dubya·가운데 이름 W를 희화화한 말)'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썼지만 부시 대통령은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또 기자회견 때마다 부시 대통령에게 무시를 당해 온 헬렌 토머스 여기자는 “내 소망은 힐러리의 대관식”이라고 공개리에 복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링컨은 가장 유머가 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계에선 상하원이 되려면 유머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연설이나 회의할 때 좌중을 웃기는 유머, 정파를 초월한 박수, 자연스러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도 '정치 피로'에서 벗어나지 않겠는가.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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