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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외모의 병증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것이 요즘 세태다. 가슴 성형, 양악수술, 턱 성형, 코 성형, 눈 성형, 쌍꺼풀 수술, 안면윤곽 성형 등 온갖 성형수술 열풍이 다. 버스나 지하철의 광고판은 물론 인터넷 광고창에도 성형수술 광고가 넘실거려 홍수가 날 지경이다.

▼강남의 백화점과 이른바 명문 여대의 중앙도서관 등지에 성형외과 전문의들과 함께 가 관찰을 했더니 최소한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성형을 했더라는 어느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 케이블 TV에서는 내놓고 성형 지원자를 뽑아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중계한다. 연예인들도 성형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시대다. 예전엔 성형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지금은 공개석상에서 성형고백을 하면 박수까지 받는다. 성형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은 시청률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다. 1970년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쓰기 시작해 옥스퍼드 사전에까지 등재된 '루키즘(Lookism)'은 외모가 개인 간 우열과 인생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믿으며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 내지는 외모차별주의를 말한다.

▼세월호 참사의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검거된 박수경 씨의 팬클럽이 생겼다는 소식이다. 검거 당시 단아한 얼굴과 당당한 태도가 '미모의 무사'란다. 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외모 때문이다. 피해를 당한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외모지상주의의 병증이다.

▼이제 외모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자연스러운 생김새가 아니라 차별의 '이데올로기' 혹은 집단 신경증의 대상으로 한국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성형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까닭에 심하게 얘기하면 눈, 코, 입, 턱을 고쳐 모두가 비슷비슷하니 극락으로 보낼 사람, 지옥으로 떨어뜨릴 사람을 구분해야 하는 염라대왕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다. 외모를 성형하는 것만큼 우리의 마음도 성형할 수는 없는 것일까.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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