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강원인 하나로 뭉치면 희망은 저절로 생겨난다

강원일보 도민 통합에 적극 나설 터

살기 좋은 강원도, 우리 역량에 달려

언론은 주민의 말길(言路)을 터서 주민의 뜻이 그 길을 따라 물처럼 흐르도록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주민은 본래 물같이 순(順)하지만, 그 말길이 막히면 제방을 넘는 홍수처럼 때론 세상을 휩쓸어버리고 만다. 예로부터 정치의 근본이 물길(水路)을 잘 다스려 천재(天災)를 막아내고, 말길이 막힘이 없도록 해 인재(人災)가 들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한 것도 이런 뜻에서다. 강원일보가 이처럼 막중한 주민의 말길을 열고 트는 일에 나선 지 24일로 69주년을 맞았다. 그 세월은 결코 영욕(榮辱)의 세월이란 흔하디흔한 말로 대신할 수 없는 세월이다. 1945년 8월15일 치욕의 일제 강점기가 막을 내렸다. 곧바로 한반도는 38선으로 갈려 두 동강이 났고 남한은 좌우 이념 대립과 굶주림, 문맹 등으로 얼룩졌다. 혼란 속에서 1945년 10월24일 창간된 강원일보는 당시 팽오통신(彭吳通信)으로 출발해 문맹 퇴치와 계몽운동 등을 적극 전개했다.

고조선의 단군이 '팽오'라는 사람을 강원도에 보내 홍익인간의 이상을 펼치려 했다는 구전을 모태로 창간됐다. 이후 69년에 걸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관통했다.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들을 의연히 이겨내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독자들의 보살핌 덕분이다. 즉,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보람과 기쁨은 전적으로 늘 사랑과 격려로 강원일보를 키워준 독자들의 몫이다. 국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에 태어난 만큼 변화의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러나 호된 단련이 강한 생명력과 성장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격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민생고의 가중이다. 정부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형편이 당장 나아질 전망은 없어 보인다. 그것이 사회적 좌절감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분명한 목소리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줘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사생결단의 모습으로 갈등구조만 키워놓는다.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아 같이 헤쳐 나가도 어려울 판에 뿔뿔이 흩어져 서로 원망하고 시샘하고 미워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치면 그 속에서 희망은 저절로 생겨난다. 국민 통합이야말로 희망에로 인도하는 큰 길이다. 통합은 상호 이해와 존중을 통한 화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강원일보는 당연히 국민 통합을 전파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에 선도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 우리가 보듬어야 할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우리뿐만이 아니다. 휴전선 저쪽에는 언젠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야 할 겨레가 있다. 그들과 함께 이뤄나갈 한민족 상생공영의 시대를 위해서도 우리는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화합의 구조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오늘 강원일보는 다시 시작한다. 69년을 일관해 국민 통합은 물론 향토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달려왔다.

우리는 이를 더 내실화하기 위해 '열린 눈'을 더 널리, 더 멀리 열어갈 것이다. 강원도는 적은 인구, 불충분한 사회기반시설, 중심부로부터의 거리, 한정된 인적자원, 부족한 투자자원 등의 불리한 조건에 더하여 군사시설 및 상수원보호지역으로 묶여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생각에 따라서는 이 조건들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학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현대 문명에서 100㎞라는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수도권의 번잡을 떠나 학문과 문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지적·문화적 욕구 때문에 모두가 찾아오는 강원도를 만들어야 한다. 강원일보가 창간 69주년을 맞으면서 이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69년의 찬란한 역사도 독자들의 사랑 속에 이뤄진 것임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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