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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비만과의 전쟁

소득 양극화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다. 세계 모든 국가가 난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자칫 자본주의,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득 양극화가 '건강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각종 질병에 시달려 '걸어다니는 종합 병동'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예전에는 살쪄서 보기 좋다는 '부유한 비만'이 많았다. 잘 먹고 호강하는 사람들이 적당히 '인격(뱃살)'도 있는 것을 당연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도시보다는 시골에 사는 '가난한 비만'이 급증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 자료를 보면 소득을 4계층으로 나눌 경우 상위 25%(고소득층)의 비만율은 29.5%이나 하위 25%(저소득층)는 34.3%로 저소득층 비만이 높게 나왔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소득층 비만율이 저소득층을 웃돈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에 나온 각종 의학 보고서를 보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불평등은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18.3%에 불과했지만, 교육기간 6년 이하 여성의 복부비만 발병률은 48.1%를 기록했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도 2007년 1조9,000억 원에서 2011년 2조7,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은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주도로 비만 퇴치 캠페인 '레츠 무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비만이 주요 암 발생에 40%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예방에 한창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다. 비만이 세계인의 '공공의 적'이다. 우리나라도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구성,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친다고 한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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