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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아름다운 퇴장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花)' 첫 부분이다. 고난과 긍휼을 이겨내고 물러나는 아름다운 퇴장을 그린 시다. 시경(詩經)에도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 즉, 처음은 누구나 잘하지만 끝을 좋게 매듭짓는 사람은 드물다고 지적했듯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는 않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일 퇴임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1987년형 폭스바겐을 손수 몰고 대통령궁을 떠났다. 대통령에 당선됐던 5년 전에도 이 차를 직접 몰고 출근했다. 무히카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면서도 “국민이 온 힘을 다해 바스케스 신임 대통령을 도와 달라”는 호소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아름다운 퇴장에 온 국민은 거리로 나와 '페페(할아버지)'를 외쳤다.

▼무히카 대통령은 관저를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해변 휴양도시에 있던 대통령 별장도 팔아버렸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그의 자택은 방, 부엌이 하나씩밖에 없는 허름한 농가다. 집엔 가정부도 없어 집수리와 가사노동을 그가 직접 했다. 대통령 월급 1만2,000달러(1,300만 원) 가운데 90% 이상을 사회단체, 서민주택 건설 등에 기부했다. 국민이 그를 열렬히 지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고 싶다.”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뿌리치고 야인으로 돌아가며 한 말이다. 무히카 대통령도 그의 저서 '조용한 혁명'처럼 소탈하게 정상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퇴임식장이 축제장의 장으로 바뀌고, 야인으로 돌아온 대통령이 국민의 추앙을 받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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