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지역 생존권 위협, 수도권 규제 완화 중단해야

수도권 집중 갈수록 심각, 지역은 공동화

지역 성장 잠재력 형성될 때까지 규제 완화 유보

정부, 거시적 차원 균형발전 정책 우선 시행을

그동안 역대 정부와 수도권 자치단체 및 경제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비수도권의 자치단체와 경제계, 그리고 지방분권운동단체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지방을 죽인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수도권 규제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 중의 하나로 꼽힌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선 지방 육성 후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원칙에 따라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육성의 일환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방 육성 우선 원칙이 사라지고 수도권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 지금 박근혜 정부도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얼마 남지 않은 수도권 규제마저 덩어리 규제로 보고 단두대에 올려 일거에 철폐할 뜻을 비치고 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수도권 규제 완화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혁신도시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지역 성장기반을 와해시킬 것이다. 수도권 규제 폐지가 기업의 지역 이탈과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전체 산업 사업체의 51%, 일자리의 5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전문, 과학, 기술 서비스업은 물론 출판, 영상, 방송, 통신, 정보 서비스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최근까지 이들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돼 왔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수도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서 경제가 단기적으로 활성화될지 모르나 그로 인해 지역경제의 성장 기반이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경제 성장에 다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비수도권 경제를 위축시켜 국민경제의 장기침체를 초래한다. 수도권 규제는 언젠가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즉, 마냥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다. 비수도권에서 성장 잠재력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 수도권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을 중단하고, 피폐 일보 직전에 있는 지역의 경제를 먼저 돌아보고 국가 균형발전에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강원도의회는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도의회는 “헌법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라고 국가의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상황에서 틈만 있으면 되풀이되고 있는 정부의 일방적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지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도권 규제완화의 즉각적인 중단과 현행 수도권 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요구이고 주장이다. 기업 집중에 따른 환경오염과 인구 과밀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 정부는 거시적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