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부, 복지 구조조정 사각지대 생기게 해선 안 돼

정부가 사회보장사업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복지단체는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오는 13일 시민·복지단체가 연대해 '지방자치 침해하고 취약계층 벼랑 끝으로 모는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은 전국적으로 총 5,891개다. 예산 규모는 총 1조 원에 이른다. 강원도의 경우 446억 원에 달하는 109개 사업이 유사·중복사업에 해당된다. 도내의 경우 수혜자만 27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복지재정 효율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유사·중복사업으로 분류된 사업 대부분이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 청소년, 다문화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수혜가 줄어들면 생계를 걱정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적 특성에 따른 보완적인 성격을 띤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코 지역복지를 말살하는 정책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의 상시지원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사회보장사업 정비계획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면 유사·중복 복지사업의 정비는 복지 후퇴가 될 수밖에 없다.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정부가 국가의 복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할 의무가 더 큰 실정이다. 그런데도 재정 논리만을 앞세운다면 결코 올바른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지자체의 장이 판단해 추진해 온 사회보장사업들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지자체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처사로 비칠 개연성이 크다. 지자체가 사회보장사업을 신설·확대할 때마다 중앙부처에서 협의를 요구한다면 복지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정부에 대한 지자체의 무조건적 협조도 능사는 아니다. 지자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의 복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몰아가기식 정책 시행으로 취약계층의 지역복지서비스가 대폭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비 대상에 포함된 사업들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이해당사자 및 외부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소외계층의 삶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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